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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뉴타운 추가지정 난색…뒤늦은 유권자 후회[미디어오늘]

DemosJKlee 2008. 4. 15. 03:52

"뉴타운’으로 부자?…선거용 미끼" 논란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8.04.14 18:48

[뉴스분석] 서울시, 뉴타운 추가지정 난색…뒤늦은 유권자 후회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서울 싹쓸이'는 '뉴타운 약발'이 주효했다. 민주당 후보들까지 뉴타운 광풍에 가세해, 서울에서만 26개의 뉴타운 공약이 쏟아졌다. 그런데 투표 용지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기 공약, 과장 공약인 것이 드러났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14일 < 뉴타운 사기공약, 허위사실 유포 책임져야 > 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18대 총선 서울 주요 격전지에서 뉴타운 공약은 판세를 흔들었던 중요 변수였다. 뉴타운 공약은 서울 48개 지역구 중 한나라당이 40개 지역구 싹쓸이를 거둔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뉴타운의 구체적 내용과 장단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수많은 유권자는 총선 후보의 약속을 믿었지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허탈한 상황에 놓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뉴타운 추가지정 계획은 없다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오세훈 "1~3차 뉴타운 가시화 될 때 확대 지정 고려"


▲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낙선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이치열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에 자극을 끼치는 시점에는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1~3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됐을 때 4차 뉴타운 지정이나 기존 뉴타운을 확대 지정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은 총선 뉴타운 공약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고 전세금도 흔들리고 있다. 뉴타운은 강남 집값 상승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던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흔들기 충분했다.

자기 지역의 뉴타운 지정이 가능한 일인지,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폐해는 없는지 찬찬히 따져보기 전에 뉴타운은 부자를 만들어주는 지름길로 인식됐다. 뉴타운은 낙후된 도심지를 공공 또는 민간기업이 주도해서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뉴타운 개발, 잘못된 상식
 
도시를 재정비해서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준다면 평가를 할 일이다. 그러나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폐해도 적지 않다. 뉴타운 사업은 전면 철거 방식을 선택한다. 나와 내 이웃이 살던 동네가 전면 철거되고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과거의 지역 커뮤니티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들이 뉴타운 사업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는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집 한 채씩을 줄 것이란 착각이다. 집주인들에게 입주권이 나오기는 하지만 과거에 살던 집의 보상비로 뉴타운 입주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값 상승에 따르는 추가 부담이 만만치 않고 대부분의 서민은 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1차 뉴타운 사업이 진행된 길음 뉴타운 지역은 원주민 재정착률이 1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 표심 흔들었던 뉴타운
 
멀쩡한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돌아오는 결과는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재정 여력이 되는 외지인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뉴타운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서울 주변 지역은 물론 신도시 등 경기도까지 집값 불안이 이어진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서울시가 뉴타운 개발 사업을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표심을 흔드는 '미끼'로 작용했다. 뉴타운이 부자를 만드는 지름길도 아니고 뉴타운 사업 자체도 시행될 것인지 불투명했지만 유권자들은 뉴타운 개발 공약을 던지는 후보들에게 조용히(?) 열광했다.

한나라당 후보들만 뉴타운 공약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일부 후보들도 뉴타운 광풍에 동참했다. 이들 대부분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유인태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우리 후보들 다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뉴타운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할 공약인가. 저도 했다. 부끄러운 공약" 이라고 말했다.

유인태 "뉴타운 부끄러운 공약…참담하다"

유인태 최고위원은 "자치영역 해당 부분은 입법부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인데 엄연히 시도의회가 있는데 국회의원에 나온 사람들 99%가 서울시의원들 공약을 했다. 참담함을 느꼈는데 사후에라도 당 차원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후보들도 따라서 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참담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후보들도 무분별한 개발공약에 뛰어든 현실을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그들 대부분은 낙선했다. 인터넷에서는 '지못미' 열풍이 불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뽑힐만한 인물이 뉴타운 개발을 앞세운 상대후보에 밀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병의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도봉갑의 김근태 민주당 후보 등이 '지못미' 대상으로 주로 거론되고 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은 '지못미'는 18대 총선 결과에 대한 유권자의 반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이러한 반성도 늦은 감이 있다. 유권자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한 후보들은 이미 선거효과를 누렸고 그들에게 조용히 열광했던 유권자들은 뉴타운 광풍의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동원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오세훈 시장 말대로라면 이번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여 뉴타운 추가 지정이나 확대를 공약했던 한나라당 후보들 다수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특히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이 (뉴타운 건설을)확실하게 동의해 줬다'고 발언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인 만큼 사법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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