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狂氣)의 중화 민족주의, 그 양면성에 대하여
내일신문 <진단> 21세기 고개드는 중국 민족주의
- ① “올림픽 성공개최에 부담”
- ② 극단적 민족주의 인터넷통해 세력화
- ③ 중국판 극우민족주의자들이 핵심세력
<성화봉송반대 집회에 참석한 티벳인을 집단폭행하는 중국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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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 | 21세기 고개드는 중국 민족주의 ① “올림픽 성공개최에 부담”
배타적 민족주의 역풍에 정부 난감 (2008-04-22 오후 12:59:24 게재)
평화·조화추구 올림픽 정신과 충돌 우려 … 과열조짐에 진화 나서
민족주의를 여론몰이 도구로 사용했던 중국정부가 지나친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정부는 지난 3월 발생한 티벳 시위사태를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한 달라이라마와 반중국 서방세력의 책동’으로 규정하고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워 국내여론의 동요를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성화봉송 중단사태 등으로 더욱 강하게 번진 중국의 민족주의는 ‘평화 올림픽’을 치르려는 중국지도부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중국정부는 과열된 민족주의를 진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19세기 말 서양세력의 침탈과 함께 자라난 중국의 ‘반서방 민족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관광 거부 운동도 확산 = 현재 중국 민족주의의 최대 피해자는 프랑스다. 성화봉송 도중 티벳 관련 시위로 프랑스구간에서만 수차례 성화가 꺼진 데다가 까르푸가 속한 프랑스 루이뷔통그룹이 달라이라마에게 후원금을 지원했다는 소문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인권외교를 지향한 독일 메르켈 총리와 달리 실용외교를 지향하며 중국과의 경제관계 강화를 표방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 호감을 보였던 중국 측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티벳독립문제와 올림픽을 연관 짓는 발언을 계속하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중국 민족주의의 반프랑스 정서는 대형 유통체인 까르푸 불매운동에 이어 이제는 프랑스관광 거부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 남방일보는 19일 “까르푸 불매운동이 중국인 직원들에게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관광 거부운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형 인터넷포털 서우후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중국인의 관광소비가 없다면 프랑스 경제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며 “에어프랑스 탑승을 거절하는 등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프랑스에 항의하자”고 주장했다.
광저우의 한 대형여행사 고위관계자는 “최근 젊은이들의 프랑스 여행문의가 거의 없다”며 “일부 극단적인 네티즌들은 항의전화를 해 프랑스관광노선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꼽히지만 민족주의는 선호관광지마저 바꿔놓을 태세다.
◆중국지도부, 이성민족주의 촉구 = 중국의 민족주의가 과열로 치닫자 중국정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자 4면 상단 중심에 ‘애국열정과 국가이익’이라는 무기명 평론을 싣고 ‘이성적 애국주의’를 당부했다. ‘단평(短評)’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사설로 받아들여진다. 해외판에는 실리지 않은 이 기사는 이날 인민일보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에 올랐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웹사이트인 신화망 톱뉴스로 이 평론을 올려놨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민족주의를 조장해온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언론은 티벳시위와 관련한 서방언론의 보도태도와 미국-유럽 정치인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방 측이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소수민족독립을 부추기기 위한 반중국적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며 다분히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논조를 보였다.
그 동안 중국지도부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통합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족주의를 적절히 사용해 왔다. 베이징올림픽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올림픽을 중국 민족주의의 성대한 행사로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3월 발생한 티벳시위 사태도 중화민족의 단결을 해치는 폭력사태이자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책동으로 중국인들에게 인식시켰다.
◆‘민족주의’가 ‘화해세계’ 해치나 = 현재 중국지도부를 가장 걱정시키는 것은 중국의 민족주의가 베이징올림픽의 정신을 훼손시켜 올림픽의 성공개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후진타오 체제의 대외정책 이념인 ‘화해(조화)세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이바지 하겠다는 현 지도부의 외교이념을 올림픽을 통해 구현하고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강대국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의 대비를 선명하게 하려는 속셈도 담겨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을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는 공격적이고 배타적으로 흐르고 있다. ‘평화’와 ‘조화’라는 이념과 어울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열 민족주의’가 장기화될 경우, 베이징올림픽은 자칫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중국이라는 이미지 대신에 서방 대 중국의 대립구도만 고착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관영 광명일보는 20일 “만약 민족주의 정서가 베이징올림픽에 개입하게 되면 우리가 주창해 왔던 인문올림픽과 화해올림픽의 이념을 훼손할 뿐 아니라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도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왕수 기자 kw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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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 | 21세기 고개드는 중국 민족주의 ② 극단적 민족주의 인터넷통해 세력화
‘펀칭(憤靑)’이 의화단식 민족주의 주도 (2008-04-23 오후 1:04:51 게재)
강대국 주변국 불문 분노표출 … 친정부 반외세 성격
까르푸 불매운동은 티벳독립 문제를 거론한 서방에 대항하는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운동이다. 160여 년 전 청나라가 영국과 벌인 아편전쟁 당시 중국인들은 서구세력의 중국침략에 맞서 근현대 민족주의를 형성했다.
1840년 1차 아편전쟁은 중국인들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세계의 중심으로 군림하던 중화제국이 변방의 서양오랑케에게 패하고 만 것이다. 아편전쟁 이후 쏟아져 들어온 서양의 자본과 문물, 문화에 의해 중화제국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반서양, 반외세’의 민족주의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중국 근현대 민족주의 운동의 효시는 의화단 사건으로 볼 수 있다. 1900년 발생한 의화단 사건은 19세기 말 결성된 비밀사회단체 의화단이 교회와 외국대사관을 공격하며 외국인을 대량 살해한 사건이다. 의화단은 자발적인 결사단체로 시작했지만 1900년 서태후가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군량미를 지원하는 등 관병 대우를 해주게 된다.
◆천안문 사태후 지식청년층 불만 표출 통로 = 중국의 민족주의는 공산혁명 이후 계급투쟁에 의해 잠재해 있다가 개혁개방 이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요망동방주간’은 2005년 11월 7일자 기사에서 중국의 현대적 민족주의는 90년대부터 부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적 민족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사건으로 1995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이라는 책의 발행을 꼽았다. 일부 지식청년들이 ‘중국청년들이 본 세계’라는 연구조사활동을 벌인 후 발행한 이 책은 “중국과 미국은 대결을 벌이게 될 것”, “미국은 곧 붕괴하고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된다”는 등의 내용으로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1990년대는 천안문사태가 무력진압으로 마무리되면서 청년층의 사회불만이 해소되지 못하던 시기였다. 천안문사태로 미국과 유럽의 대중국 제재가 가해지자 중국 청년층의 불만은 ‘반정부’가 아닌 ‘반외세’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맥도날드와 벤츠 등 서양세력을 대표하는 상징들을 파괴하는 행동이 벌이지기도 했다.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펀칭(분청: 憤靑)’이다. ‘분노하는 청년’이라는 ‘펀칭’은 ‘극단적 민족주의자’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의 저자 중 하나인 쑹창은 “나는 1983년부터 줄곧 펀칭이었고 여전히 펀칭이다”고 말했다.
‘펀칭’들이 세력화, 집단화한 계기는 인터넷의 보급이다. 인터넷 보급 이후 이들의 주된 활동무대는 각종 중국어논단(인터넷포럼)과 QQ(중국어메신저) 채팅룸이 됐다. 이들은 대체로 20~30대 젊은이들로 대학재학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90년대 말 이후 세력화, 집단화된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책과 작품, 인터넷에 묶여있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한국도 펀칭의 먹이감 = 이들이 가장 크게 활약한 것은 지난 1999년 나토군이 주유고 중국대사관을 오인 폭격했을 때와 2005년 고이즈미 신사참배로 인한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99년 타이완 리덩후이 총통이 사실상 타이완독립을 추진하면서 ‘양국론’을 들고 나왔을 때도 이들은 거리로 나왔다. 2001년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해 중국 전투기가 추락하고 조종사가 사망했을 때에도 ‘펀칭’들은 분노했다.
중국의 민족주의가 강대국에게만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중국 민족주의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 단오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이나 추석과 설날을 우리 고유의 명절로 지칭하는 행위가 모두 ‘펀칭’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남대문 소실 사건 때에는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에 “중국의 문화유산이 타버려서 안타깝다”거나 “한국의 국보 2호는 어디냐. 그것도 태우자”는 등 극단적 표현의 댓글이 달렸다. 북한이 중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감행하자 “배은망덕한 것들”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이번 까르푸 불매운동에도 ‘펀칭’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그 비중은 많이 감소했다는 것이 중국 내 시각이다. 이는 중국 민족주의의 저변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가 적극적인 화해 의사를 표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번 사태는 ‘의화단식’ 민족주의가 21세기에도 공고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제호 리포터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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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 | 21세기 고개드는 중국 민족주의 ③ 중국판 극우민족주의자들이 핵심세력
유교식 사회주의 등 이론 무장 (2008-04-25 오후 1:41:03 게재)
군국주의식 민족주의로는 가지 않을 것
까르푸를 공격한 청년층은 전위대일 뿐 핵심에는 극단적 민족주의 발언을 쏟아내는 중국판 극우주의자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사상계와 교육계, 군부와 문화계 등에서 활동하면서 극단적 민족주의 사상과 이론, 주장을 쏟아내며 ‘펀칭(憤靑: 분노하는 청년, 중국의 청년 민족주의자를 지칭)’ 등 일반 군중을 선동하고 있다.
◆유교가 사상적 근원 = 한때 봉건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다가 21세기 들어 중화민족의 정신적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유교는 중국 민족주의의 사상적 근원을 제공하고 있다.
홍콩대학 아시아연구중심의 간양 연구원은 ‘중화인민공화국은 유교사회주의공화국’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하다. 그는 토론회나 평론을 통해 “유교사회주의의 깊은 의미를 되살려 내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중국의 최대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봉건주의를 유지시켰던 유교와 봉건제를 타파했던 사회주의를 하나로 연관 짓는 그의 주장은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륙의 재야학자들은 이보다 더 급진적인 유교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광동 선전의 장칭이라는 학자는 2004년 펴낸 ‘왕도정치, 현 중국정치의 가장 좋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책에서 “유교를 국교로 삼고 유교가 지배하는 정치적 시스템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캉샤오광이라는 학자는 2005년 출판된 ‘중국의 길’에서 “중국은 국가와 민족을 망치는 선택인 민주화를 거부하고 ‘유교화’를 선택해야 한다”며 “중국은 ‘부친(父親)주의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일본 극우파 뺨쳐 = 현역 군인들이 극단적 민족주의를 조장하기도 한다. 1999년 당시 현역 공군대령이었던 챠오량과 왕샹후이는 ‘초제한전(超制限戰)’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세력에 맞서 수단을 가리지 말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에는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학 방무학원 원장인 주청후 소장이 외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중국영토 내 목표물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핵무기를 사용해 반격할 것이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측의 반발에 외교부 대변인이 급히 “이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진화했다.
◆중국지도부의 고민 = 세계적 대국으로 부상하며 ‘하드웨어’를 갖춰가고 있는 중국이 극단적 민족주의라는 ‘소프트파워’를 탑재할 경우 주변국과 전세계의 우려대상이 될 것이다.
영국 버킹엄대학 중국문제연구소 정용녠 소장은 ‘연합조보’ 22일자 기고문에서 “서방의 반중국 세력은 이 같은 민족주의가 통제를 잃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중국인의 민족주의 정서가 고양돼 올림픽기간에 비이성적 행위가 발생한다면 중국과 서양의 운동선수들이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서방의 반중국 세력은 중국의 민족주의를 예전의 독일이나 일본의 민족주의와 동등하게 취급할 것이고 새로운 중국위협론의 등장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환구시보’는 지난해 12월 21일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는 현실주의자들이 현재 중국 정부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민족주의자들의 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서구의 자유 민주와 같은 가치관을 적극 수용하면서 중화민족의 민족주의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지도부는 사회주의의 대체방편으로 민족주의를 사회통합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르푸 불매운동에서 보듯이 민족주의라는 가치관은 외부와의 끊임없는 마찰을 불러일으키게 돼 있어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책임지는 강대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중국지도부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왕수 기자 kw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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