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화정책 선회…MB정부 대북강경책 실패할 것”
“미 대화정책 선회…MB정부 대북강경책 실패할 것” | |
[오바마 시대의 한반도]브루스 커밍스-박명림 교수 특별대담 커밍스 “오바마 우선과제서 뒤로 밀려 6자는 안보협의체로 확장” 박명림 “남정부, 북문제 영향력 잃어…강경고집땐 한미관계도 표류” | |
![]() |
![]() ![]() ![]() |
커밍스 교수는 이날 연세대 알렌관에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3시간 남짓 진행된 대담에서 “오바마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핵 동결에 성공적이었던 클린턴 정부 시절의 대화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유지한다면, 이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할 대북문제에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을 기다려 추진해도 좋을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서두르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한미관계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의 기원> 등 한국관련 저작으로 유명한 커밍스 교수는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백영서) 개원 60돌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박태균 교수(이하 사회) 오바마 정부의 등장이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나?
커밍스 교수 오바마 정부를 클린턴 3기라고도 부른다. 클린턴 정부 시절의 인물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한 90년대 잘 작동하던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클린턴 정부는 영변 핵시설을 8년간 동결시킬 수 있었다. 강경책이냐 유화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게 효과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에는 북한계 미국인이 없다. 쿠바계나 폴란드계 미국인들이 미국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대북정책을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오바마가 강경 대북노선을 바꾸기에 자유로운 여건이다.
박명림 교수(이하 박)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고전적 의미의 외교가 없었다. 네오콘은 선과 악, 친미와 반미라는 이분법에 근거한 일방주의를 강요해 왔다. 오바마는 “외교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핵, 테러 등 여러 문제에 원칙을, 때로는 강경책을 견지할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 정부는 일방주의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부시 때와 다르리라 본다.
사회 북핵 6자회담이 위기에 처해있다. 6자회담은 어떻게 보나? |
박 6자회담은 두 가지 점에서 획기적이다. 첫째는 동북아 최초의 다자안보 협의 틀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다른 대륙에는 집단안보 협력체를 창설하면서도, 동북아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것을 동북아예외주의라고 불러왔다. 둘째는 남한이 자기 문제에 이토록 깊이 직접 당사자로 참가한 논의구조는 처음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정전협정, 북-미 제네바 회담 등 중요 안보문제에서 제외돼 왔던 틀을 극복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는 북미 양자대화, 동북아 다자협의, 남북협의의 세 길을 병행하는 것 이외에는 길이 없다. 과거 미국은 한국 문제를 독점적으로 좌우했지만, 중국과 남북한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시대가 변했다. 남북, 북미관계의 진전과 병행하는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의 한 통로가 될 것이다.
사회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는지?
박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그건 냉전시대의 인식이다.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는 결코 양자택일이 아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있는가? 이명박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은 김영삼 정부 때처럼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고립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커밍스 김영삼 정부 때보다 지금이 더 나쁜 것 같다. 6자회담에서 한국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강경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박 독일에서 통일을 주도한 겐셔 외무장관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독일이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브란트 전 총리 이래 이어진 정책의 일관성에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한국은 반대로 가는 것 같은데?
커밍스 이명박-오바마 양쪽 정권의 부조화는 아직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고립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1년은 기존 정책 방향을 바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했고, 때문에 아주 힘들었다. 가장 좋은 대북정책은 정권붕괴 우려를 덜어주면서 시장경제와 평화공존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정책은 그렇게 해서 성공적이었다. 이런 노선이 계속되면 북한은 베트남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성공단은 엄청난 사건이다. 압력을 넣기보다 인센티브를 주면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으며, 나는 낙관적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 북한에 보낸 돈으로 핵개발을 했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사실 부시 정부의 위협 탓이 크다. 북한은 95~96년 시기 이미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뉴욕 타임스>도 그런 사설을 낸 적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한 것은 이라크처럼 침공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회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의 북미관계는 어떨 것으로 보나.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있는가?
커밍스 오바마 당선자는 대북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일반적 범주에서 적과도 대화할 것이며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정도뿐이다. 클린턴 시기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문제는 더 시급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 밀려 새 정부의 우선 과제 리스트에서 9번째,10번째가 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때문에 북한이 ‘관심’을 끌기 위해 미사일 발사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
박 오바마 쪽은 부시 정부와 달리, 북한을 협상과 교류의 상대로 보는 것 같다.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 형태의 다자간 협상을 진행하면서 직접 대화도 병행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북미관계 진전에 맞추어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관망을 거쳐 기존정책을 조정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문제는 커밍스 교수 말처럼 북한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남한정부는 아무 영향력이 없다. 북핵문제가 한동안 부유할 가능성도 있다.
사회 한미관계는 어떻게 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를 포함해 살펴보자.
커밍스 이명박 정부가 부시 정부의 미국과 친하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오바마 정부와 관계를 트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도 오바마가 자유무역에 대해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20년 전 한국의 독재정권 시절처럼 근본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국이 민주화된 뒤 전반적인 한미관계의 기반은 훨씬 탄탄해졌다.
박 이명박 정부가 현재의 정책을 고수하면 한미관계는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적극 개입해야 할 북핵해결은 반북노선으로 인해 소외되고, 미국 새정부 출범을 기다려 추진해도 좋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은 비민주적으로 서두르는 ‘거꾸로 정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서둘렀다가, 미국에서 상응하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장기 표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그 땐 국내 정치와 맞물려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래저래 비준절차의 비민주적 추진은 득이 될 수 없다.
사회 역사학자로서 최근 한국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시도는 어떻게 보나.
커밍스 역사교과서 개정에 반대하는 외국 학자들이 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나도 서명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에선 제주 4·3이나 여순사건 등 과거 금기시된 분야들의 역사가 출간되는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 다시 교과서를 바꾸겠다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치약을 튜브에 다시 밀어넣겠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교과서에 들어온 것은 좌익이 아니라 진실이다. 4·3 사건은 이승만 정권에 항의하는 제주 도민들의 시위였지 남로당이나 북한의 지시가 아니었다. 이는 당시 미국과 한국 경찰의 보고에 나오는 내용이다.
박 역사왜곡이나 교과서 문제로 21세기에 국내·외에서 서명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정리/ 김외현 박병수 기자 oscar@hani.co.kr기사등록 : 2008-12-22 오전 08:40:21 기사수정 : 2008-12-22 오전 08:5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