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지' 히로시마의 여러 얼굴들-피폭지, 군항, 관광지
明治学院대학-캘리포니아주립대 09년 히로시마-쿄토 교외실습 사진과 감상^.^(by 이준규)
09년 4월 말.
일본은 5월초와 연계되어 황금연휴입니다.
올해는, 일본에서 해외체재연구를 하고 있는 덕에 학생들(미국과 일본 양국의 학생들)과 함께 히로시마를 방문했습니다.
연구원으로서 신세를 지고 있는 메이지가쿠인대학의 국제학부 학생들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환유학생들이랑 함께.
03년부터 매년 8월이 되면 방문하곤 했던 히로시마인데...
8월6일의 피폭일이 아닌, 평일(?) 방문은 또다른 느낌을 주네요. 그리고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도 하고...
바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게양되어 있는 일장기
히로시마는 '피폭의 역사'를 간직한 '세계의 피폭지'로서
반핵과 평화의 발신지 역할을 자임하고 있건만......
그곳에서 발견한 일장기, 이 부자연스러움과 불일치란.......
히로시마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메시지와 다른 한편에서 '내셔널화한' 히로시마의 내러티브
다른 한편에서는 아래처럼 학생들이 평화교육을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해
자율적인 발표회를 갖고 있는 모습도 있고.........
그래도, 일본이 전후에 평화주의-비판의 여지들도 있지만- '여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평화교육의 덕분이기도 합니다.
히로시마는 언제 방문해도 항상 복잡한 감정들이 서로 교차하고 부딪히곤 합니다.
히로시마의 또 다른 모습
평화의 성지로서 얘기되곤 하는 히로시마이지만.
히로시마는 태평양전쟁 중 해군기지가 있던 군항이었습니다.
현재도 그러한 역사의 연속성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히로시마의 에다시마에 있는 해상자위대학교입니다.
구 제국해군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상자위대 건물 중 하나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 봤더니...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옥좌"와 욱일승천기>
해상자위대와 욱일승천기와 관련해서!!!
패전후 일본이 한국전쟁과 미국의 요구에 의해 재군비화를 진행할 당시,
구 제국군대와 가장 선명한 연속성을 갖고 있던 조직이 해상자위대입니다.
실제로 많은 구 제국군대의 해군출신들이 해상자위대의 간부 등으로 그대로 채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구 제국군대가 사용하던 욱일승천기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지금도 군기로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 역사의 연속성. 그 또다른 모습. 바로 군항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히로시마현 구레시에 정박해 있는 잠수함과 이지스함입니다.
참고로, 구레시는 '전함 야마토의 고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투입하기 위해 건조한 대형구축함 야마토가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이츠쿠시마 신사입니다.
미야지마라는 너무도 아름다운 섬에 있습니다. 히로시마시에서 전철을 타고 가서 또 배를 타고 들어갑니다.
바다 위에-정확히 얘기하면 위가 아니죠^.-^ 세워져 있는 건축물,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만 합니다.
연휴이기도 해서 그런 지 관광객들도 많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도 정말 많더군요.
해변의 모래사장과 인접해 있는 신사의 모습
밀물이 되면 신사가 바다 위에 떠있는 듯이 보입니다.
일본의 신사에 가면 자주 부딪히곤 하는 것들...
호국護国이라는 문구나 전국시대의 무장들의 위패 등등
이츠쿠시마 신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문구와 마주쳤습니다.
일본 신도의 핵심과 조우한 듯.
머리를 '벙' 하고 때리더군요.
오른 쪽 문구에 주목!
"봉축 천황폐하 어 즉위 이십년"
일본 신사의 그 속사정을 잘 모를 때, 일본인 친구들이 신사에서 동전을 던지면서 합장을 하고 소원을 빌면 따라해본 적도 있는데요.
신사의 속사정을 좀 알고 부터는 항상 확인을 합니다. 누구와 관련된 신사인지... 혹은 호국신사는 아닌지
아니, 요즘은 신사에서 소원을 빌거나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맘편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 불행합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한국인들이 장승 앞이나 성황당 앞에 돌을 쌓으면서 소원을 비는 걸 보고
따라해 보려고 할 떄. 저처럼 혹은 우리처럼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