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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북경의 55일>

DemosJKlee 2009. 11. 19. 23:13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초등학생 정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에는 얼마나 흥미진진했던지...

 

고전 영화 치고는 상당한 규모로 진행되는 전투신과 서양 열강-정확히 말하면 서양 열강만은 아니다. 일본도 열강의 반열에 끼여 영화에 등장한다- 각국의 군복은 또 얼마나 세련되고 멋있던지...

또한, 영국 공사와 찰톤헤스톤이 분한 미국 군인...의 캐릭터도 그야말로 정의의 사도다. 자국의 거류민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어린이들을 보호하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문명의 전도사!!! 바로 그 모습을 온 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 반면, 중국(청)측의 인물들은 모두가 모사꾼이고 비열하기까지도 하다.

의화단 단원들은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며,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서양 물이 들었다고 판단되면 자국의 민중들까지도 무참하게 도륙한다.

그러한 의화단을 이용해 스스로의 권력욕을 채우려고 하는 서태후는 악녀일 뿐이다.- 일본이 볼 때, 명성황후가 그랬던 것처럼-

서양인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분장을 하고 청나라 대신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은 권력욕의 화신이고, 비열하기 짝이 없다.

후쿠자와 유기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만( 野蠻 )과 반개 (半開) 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인 것이다.

 

전형적인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

이것이 제국주의 침탈 행위에 대한 정당화, 그 보다 더 근본을 흐르는 사유체계이다.

 

물론, 이러한 인상도 상당 기간이 지나 몇번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 등에서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되면서 정리하게 된 것들이지만...

 

 

영화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해 본다면, 몇가지 주목해 볼 부분이 있다.

 

우선, 일본이 열강의 반열에 올라 북경에서 의화단에 맞서는 '열강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 청일전쟁을 통해 동아시아의 중화질서를 무너뜨리는데 일익을 담당함과 아울러 스스로가 열강의 일원으로 등장했다.

 

두번째, 의화단 사건이 1900년 경의 일인데, 이 당시 열강들의 대처를 보면 그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축을 벌이면서도 중국 혹은 중국 시장에 대한 공동지배와 공동경영에 관한 한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한림대 이삼성 교수는 '제국주의 카르텔'이라고 표현했다(이삼성, <동아시아 전쟁과 평화2>).

 

세번째, 이 시기 이후 중국은 더이상 자주적인 국가로서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 아편전쟁이 중화질서의 붕괴를, 청일전쟁이 중화질서의 퇴장을 의미했다면, 이 시기에 이르면 중국은 열강들에 의한 반식민지화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열강 각국의 군대가 승리의 나팔을 울리며 행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에게는 전승곡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음악 소리는 중화제국의 조종을 알리는 장송곡이기도 했던 것이다.

 

 

북경의 55일 55 Days at Peking, 1963

 

 

 

<씨네21의 영화소개 기본 정보>

 

1900년 여름 열강들의 북경 열강들의 자리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가뭄으로 인한 민심은 더욱 흉흉해 진다. 중국인의 18명 중 13성이 외국인들에 의해 점령당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의화단의 폭동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외국인 거주지역 1천여 명의 거주자들은 긴급 대피를 서두른다.

 

북경에 도착한 미 해병대의 루이스 소령은 호텔에서 묘한 매력을 풍기는 나타샤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주위의 시선이 따가움을 느낀다. 러시아 사령관의 부인이었던 그녀는 중국 장교인 영록과 염문을 뿌려 남편을 자살하게 만든 과거가 있었던 것.

 

열강 12개국 대표자들은 연합군이 4백명 뿐인 것을 우려, 떠날 것을 의결하지만 영국 대표는 시드니 장군이 도착할 때 까지 북경에 남을 것을 고집한다. 결국 이들은 북경 사수를 결정, 임전 태세를 갖춘다. 한편 서태후의 황실에서 의화단을 비호하는 단군왕과 정부군을 지휘하는 영 장군 사이에 묘한 갈등이 대두된다.

 

의화단의 활동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서태후는 이를 공식화 하면서 영록에게 시드니의 상륙을 막을 것을 명령한다. 시드니는 정부군의 반격으로 천진으로 후퇴, 북경에 고립된 열강 대표들은 점점 위험에 빠진다. 결국 시드니가 북경에 도착, 의화단에 맞서 싸울 때까지 55일간의 서사적 로맨스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