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MBC장악’ 정권핵심에 불똥튀자 꼬리자르기-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사퇴

DemosJKlee 2010. 3. 20. 00:39

[한겨레]‘MBC장악’ 정권핵심에 불똥튀자 “실언” 꼬리자르기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사퇴


방문진 이사 여야 없이 “책임져야”…사퇴에 결정타
여권 "실언" 파문덮기... 시민단체 "전면적 진상규명"

 

 

한겨레 박창섭 기자  권귀순 기자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이사회가 정회되자 회의실을 나서 기자들의 질문에 눈을 감은 채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 촉구가 결의되자 사퇴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큰집’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마침내 물러났다. 지난해 8월1일 취임한 이후 7개월여 만에 중도하차한 것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자진 사퇴에는 이번 파문을 ‘방문진 이사장의 실언’ 문제로 축소하고 서둘러 봉합하려는 여권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화방송>(MBC) 노조와 시민·언론단체들은 발언의 전말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방문진 이사회 직후 한 사퇴 발표에서 “어쨌든 설화를 일으킨 것 맞다”며 <신동아> 인터뷰를 ‘설화’로 규정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큰집이 어디냐 등의 질문에 대해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송구하다”는 말로 인터뷰 내용을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최홍재 여당 쪽 방문진 이사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이사장의 권력개입 시사 발언 내용에 대해 “사실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희박하다. 이사장의 실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통위를 찾아와 최시중 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간 것도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여권의 조율 차원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 쪽은 면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회동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 등은 ‘실언’을 강조하고 있으나 신동아 인터뷰 내용만을 보더라도 이런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재철 사장이 문화방송 자회사 인사를 한 것과 관련해 김 이사장은 “큰집도 (김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이뤄진 인사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아 기자가 “김 사장이 큰집에 들어갔다 왔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라고 회동 장소까지 언급했다.

   
 시민·언론단체들은 정권이 꼬리자르기를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보흠 문화방송 노조 홍보국장은 “김 이사장이 문화방송 장악을 위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 분명하게 해명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한) 막말만 가지고 물러났다. 관련자를 찾아내서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서도 인사, 비판적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 단체협상 등에 있어 공영방송 가치를 유지하려고 하는지, 정권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지를 매일매일 24시간 감시할 것”이라며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나면 문화방송 노조는 즉각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어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엠비시 사장의 ‘쪼인트를 깐 큰집의 핵심관계자’가 누구인지,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내고 소위 ‘청소부’ 사장을 임명한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 엠비시 장악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일제히 막말의 내용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