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하재근]애프터스쿨 가희에 대한 찌질이들의 열폭...

DemosJKlee 2010. 7. 19. 21:25

- 애프터스쿨 가희씨의 이른바 '루저' 논란 관련한 하재근 선생님의 글입니다. 참고로 가희씨는 루저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습니다. 일부 언론의 기사들이 그런 식으로 제목을 뽑고 있을 뿐입니다. 하재근 선생님 지적처럼, 남성들의 '이중성', 즉 여성을 상대로는 키, 얼굴, 심지어는 가슴사이즈와 엉덩이 크기, 허벅지 크기 마저도 '품평'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여성 연예인이 '외모' 문제를 언급한 것에 말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죠.

 

-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외모를 갖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로 이해되어서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희씨가 외모를 갖고 특정인의 모든 것을 판단한 것도 아니죠. 자신의 '이성 취향'을 밝힌 것 뿐입니다. 또,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이를 '패배자'(루저)라고 낙인 찍어 버린 것도 아니구요. 제가 볼 때는 조합되고, 부풀려진 것에는 이전의 루저 파문과 닯은 부분도 있지만, 특정인-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루저라고 단정해버린 발언이 문제가 되었던 문제적 상황과는 비교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어떤 기사를 보니, 소녀시대 태연씨의 '손가락 모습'을 보고도 '시비를 거는 기사'가 있어서 또 논란이더군요. 연예인들이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그리고 공인에 대한 비판이 비록 일반인들에 대한 잣대보다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특정 기자들이, 혹은 특정 언론들이, 특정 블로거들이 '타인의 흠집 내기'를 통해 자신의 상품성을 획득해 보려는 행태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물론, 연예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그와같은 리스크를 감내해야 함을 의미한다하더라도, 근거 없는 '비난'으로 특정인의 '인격'에 흠집을 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장 지저분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인격적 공격'을 가하는 것이니까요.  

 

 

가희와 김옥빈, 찌질이 열폭에 당하다

 

"이번에 가희가 당한 황당한 사태의 교훈은, ‘한국이 남성 찌질이들의 서식처임을 절대로 잊지 말자!’"

 
 
[블로그와]하재근의 TV이야기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68
 
 2010년 07월 19일 (월) 14:05:42  하재근/문화평론가  ears@paran.com  
 
 
역시 대한민국이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된다. 또 다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애프터스쿨 가희의 남자 키 발언 논란이다. 가희가 <세바퀴>에 출연해 자기 이상형을 말했다.

자신보다 키 작은 남자는 싫고, 183 센티미터 이상인 사람이 좋다고 했다. 그러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남성 찌질이’들이 ‘열폭’(열등감 폭발)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무시하느냐’란 항변이었다. 이 발언은 루저녀의 발언과 비교됐다. 루저녀의 발언 때도 그녀가 한 말 중에 최악의 키워드들이 조합돼서 알려졌었는데, 이번에도 ‘가희가 183 센티미터 이하인 남성을 싫어한다’는 식으로 원 발언이 변형 조합돼서 알려졌다.

 

이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인 이유는 그녀가 단지 자신의 이상형, 즉 취향을 말했을 뿐인데 제3자들이 난리를 치며 그녀를 비난하고 나섰다는 데 있다. 루저녀 사건 때는 발언자가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식으로 낙인을 찍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남성이 당사자가 됐었지만, 이번엔 단지 개인적 취향을 말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제3자가 끼어들 일이 아니었다. 남이야 키 큰 남자를 좋아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남자들은 궐기했다. 키 작은 남자를 무시한다고. 상상초월이다. 한국 남성들의 찌질함이 이렇게까지 창대할 줄은 몰랐다.

    
 


 

- 가희의 발언, 루저녀보다 '경솔했다'(?) -

 

가희의 발언이 경솔했던 이유는 ‘열폭’하는 찌질남들이 바로 연예인 가희의 소비자들, 잠재적 팬들이라는 데 있다. 가희가 183 센티미터라고 숫자를 적시한 것은 자신의 팬층을 제한하는 효과를 낳았다.

 

당장 <세바퀴>에서도 가희를 좋아한다고 했던 정은표가 가희의 키 발언을 듣고 실망하는 장면이 연출됐었다. 물론 예능상의 설정이었지만 이번에 열폭하는 남성들의 심정이 그와 그리 다르지 않다.

 

미국식으로 극단적인 예를 들면, 흑인 동네서 장사하는 사람이 ‘난 백인이 좋아요’라고 말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소비자를 기분 좋게 해주는 건 장사의 기본이다.

 

루저녀는 연예인이 아니라 대학생이다. 그녀는 ‘국민 여러분’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람이 아니다. 키 작은 남자를 루저라고 생각하건 말건 그녀의 생각일 뿐이고, 자기의 인생 속에서 키 큰 남자 만나 잘 살면 그만인 사람이다.

 

반면에 가희는 ‘국민 여러분’을 상대로 활동하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민감하게 느낄 발언을 한 것은 경솔했다. 여성 연예인들은 한 시도 잊어선 안 된다. 한국 남성들이 찌질하다는 사실을.

 

     
- 한국 남성 찌질이들을 열폭시키는 건 자살 행위 -

 

비슷한 열폭 케이스가 있다. 4년 전에 김옥빈이 남자가 할인카드를 꺼내면 분위기가 깨진다는 발언을 했다가 남성들의 열폭에 의해 안드로메다로 떠내려갔었다. 한국 남성들의 찌질함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느냐면, 무려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옥빈이 그 발언 때문에 아직까지 처벌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한 케이블방송에서 ‘트럭으로 줘도 갖기 싫은 여자스타’조사를 했는데, 김옥빈이 4년 전 그 발언으로 2위에 랭크, ‘트럭녀’에 등극한 것이다. 가히 찌질이들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내릴 기세다.

 

남성 찌질이들은 평소 여성의 외모와 나이를 평가하는 것으로 소일하지만, 여성이 자기들 외모를 평가하는 건 극히 싫어한다. 이런 찌질이들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큰일난다. 여자가 남자의 외모 콤플렉스, 경제력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랬다가는 찌질이들의 궐기에 매운 맛을 보게 된다.

 

가희를 비롯해 여성연예인들은 어장관리의 정신을 머리에 새겨야 한다. HOT가 한참 트레이닝 받을 때, 자다가 일어나 비몽사몽일 때도 안무가 저절로 나오도록 철저히 트레이닝 받았다고 한다. 그럴 정도로, 무의식중에라도 어장관리의 정신을 잃지 않도록 철저히 새겨야 한다.

 

자신들의 어장이 찌질이 투성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들이 열폭할 ‘떡밥’을 절대로 던져주면 안 된다. 가희 같은 경우 노골적으로 말해서 어장에 충격을 주기보다, ‘내가 믿을 수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좋아요’라며 하나마나한 말을 했다면 어장에 바글대는 수많은 남성들은 여전히 그녀에 대한 판타지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가희가 당한 황당한 사태의 교훈은, ‘한국이 남성 찌질이들의 서식처임을 절대로 잊지 말자!’가 되겠다.

 

덧붙임 : 물론 가희도 잘한 건 없다. 남성을 대상으로 해서든 여성을 대상으로 해서든 대놓고 신체적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느낌을 준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수치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 상당히 안 좋았다. 결과적으로 키 작은 걸 단점이라고 단정한 셈이 된 트위터 해명글도 불필요한 떡밥이었다.
 

 * 이와 관련된 기사 /// =>> 가희 루저 논란, 루저 이야기는 없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