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저녁 시간대 교양 프로그램이 맛집 소개로 채워지고 있어 시청자의 불만이 높다. 다양한 소재를 다뤄야 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생활 정보형 프로그램으로 치우치면서 연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평일 오후 6시, KBS 1TV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6시 내고향’이 방송된다. 같은 시간 KBS 2TV는 샐러드나 닭고기 조리법을 소개하는 ‘리빙쇼 당신의 여섯시’를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 다음에 방송되는 ‘생생정보통’에서도 음식 소개는 이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KBS 1TV는 한식을 소개하는 ‘한식탐험대’를 방영한다. KBS가 푸드채널인지 공영방송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반면 같은 시간대에 타방송사는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있다. MBC 6∼8시 시간대에는 뉴스 외에도 ‘TV특종 놀라운 세상’ ‘불만제로’ ‘7일간의 기적’ 등 여러 형태의 교양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SBS에서도 육아, 사업, 귀농과 같은 다채로운 소재의 교양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시청자 고용구씨는 “시청자들은 다양한 내용의 방송과 신선한 방송을 원한다. KBS는 동 시간대에 매일매일 비슷한 음식 관련 방송을 내보내 식상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서재원 KBS 편성국장은 “같은 음식 프로그램이어도 내용을 다르게 만든다”면서 “우리 생활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정보 프로그램에서 음식 소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 맛집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다. 맛집 프로그램은 단시간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효과가 좋다. 예를 들어 음식 소개, 뉴스, 기획보도가 섞여 있는 ‘생생정보통’의 경우 맛집을 소개하는 전반부에 시청률이 오르다가 뉴스가 나오는 중반부터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방송사들은 새로울 게 없는 맛집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있다.
생활 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한 외주제작사 PD는 “맛집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시청자 입장에서는 식상할 뿐이다. 방송사는 맛집 프로가 큰 모험을 하지 않고도 시청률을 보장받으니까 자꾸 여기에 기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맛집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제작되는 현상은 교양 프로그램의 질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양 프로그램이 맛집 기행이나 음식 정보가 전부가 아닌 만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공영방송은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이는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