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쌓아올린 대북사업… 교류제한 1년 만에 빚더미”
기사등록 : 2011-06-15 오후 09:17:16 ![]() | |
이대식 대동무역 전 회장 정부, 승인해놓고 가로막아 30억 투자한 사업 ‘산산조각’ 이제라도 제한조처 풀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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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식(73) 대동무역 전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매출 40억~50억원 하던 대북사업을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 때문에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투자할 때만 해도 남북교류촉진법이 있으니까, 대북사업을 중단시키는 일이 올 줄은 꿈도 못 꿨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승인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해왔던 사업을 이제 와서 못하게 하니….”
6·15 공동선언 11돌을 하루 앞둔 14일 저녁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가슴에 사무친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씨는 정부의 대북교역 제한 조처의 영향으로 파산한 대북사업자 가운데 한 명이다. 대북사업 업체들이 지난 1~2월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한 104개 업체가 남북교역을 제한한 5·24 조처로 입은 손실액은 평균 38억7500만원이었다.
이씨는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4년부터 대북교역을 해온 1세대 대북사업자이다. 애초 부산에서 신발공장을 하던 그는 중국과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에 밀려 고전하자 사업 전환을 모색하던 끝에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등 농산물과 평양소주를 들여왔다. 그는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쪽 사람들 태도가 유연해져 상대하기가 더 수월해졌다”고 회고했다.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이씨는 2005년 평양의 ‘강서약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서약수는 칼슘, 철분 등 광물질이 함유된 천연탄산수로 북한 국가보물 56호입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독점판매권을 따낸 이씨는 30억원을 투자해 이듬해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계약 조건은 이씨가 물값과 페트병 원자재, 병마개, 라벨 등을 보내주면 북한이 공장을 가동해 생산한 약수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강서청산수라는 상표로 남쪽에 들여왔는데, 처음에는 월 10만~20만병 하던 판매량이 월 30만~40만병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2008년 정권교체 이후 먹구름이 몰려왔다. 특히 그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이듬해 4월 북한 미사일 발사, 5월 북한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정부가 민간인의 대북접촉을 제한했다고 한다. “대북접촉 신청을 하면 정부는 ‘자제해 달라’고 합니다. 말은 ‘자제’지만 누가 정부 요청을 거부할 수 있습니까?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이씨는 결국 북쪽에 약속했던 물값과 페트병 원자재를 보내지 못하고 북에서 강서약수를 받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북으로부터 팩스 한 장이 날아왔다. 물값과 원자재도 보내지 않고 생산된 강서약수도 인수해 가지 않으니 계약 무효라는 통고였다. 이씨는 “10여명 되던 직원들도 다 뿔뿔이 흩어지고 15년 대북사업 끝에 남은 것은 이제 빚더미뿐”이라며 한숨지었다.
이씨는 “북한은 내가 투자한 설비로 생산한 약수를 중국에 내다팔겠다고 했다”며 “그래도 북에서 ‘다시 예전처럼 일할 수 있게 되면 내 권리를 회복시켜주겠다’고 하니 이제라도 남북교류 제한 조처가 풀려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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