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보수정당 + 온건좌파 구조화"- 닮아가는 한일 정치
전체적으로 박노자 교수의 지적에 공감.
- 자민-민주VS새누리-민통의 정당구도 정당성향. 보수양당 사이에서 '실용노선'(이익집단으로서의 내셔널센터, 선거머신으로서의 내셔널센터)을 취하는 정상노동조직(렌고VS한국노총).
- 정당시스템 내의 좌우 정당의 정치적 비중은 물론...
그러나, 정치지형 왼쪽의 정당들의 성격과 행태는 차이가 있긴 하다.
- 민족주의+'사민주의적' 성향의 일본공산당은 '독자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 정당체제 내에서 비슷한 비중을 점유하고 있는 통진당은 '연합노선'을 취하고 있고 사실상 그것을 위해 창당된 정당이기도 하다.
- 한국은 자유주의의 왼쪽부분이 통진당과 결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자유주의 왼쪽부분은 민주당과 한국의 진보신당(혹은+녹색당) 성향과 비슷한 사민당에 포진해 있다.
일본에서의 보수정당과의 연합노선은 사민당이 취하고 있으며, 취해온 노선이다.
"양대 보수정당 + 온건좌파 구조화" | ||||
[4.11 총선 의미] 좌파 정치 황무지 미국과 닮아가는 한일 정치 | ||||
어제의 총선을, 멀리서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표 심리라는 적지 않은 부담, 언론들의 거의 절대적 외면 등의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계급정치"에 대한 일념으로 진보신당을 위해서 용감하게 투표해주신 242,995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일면으로 슬픈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패배
진보신당의 노동자 위주의 계급정치가 대중화되지 못한 것도 아쉬웠지만, 극우주의자들의 압승, 과거 민주노동당의 득표 성과보다 약간만 나은 통합진보당의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 등 여러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걷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 진보신당의 "계급정치"만 활개치지 못하게 된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1960~70년대의 초고속 성장과 중상주의적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 대한 향수 앞에서는 자유주의적 우파도 대패를 당하고 말았고, 급진적인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도 매우 제한적인, 주변적 "틈새"만 확보하는 데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우리만 패배한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이 약간이라도 달라졌으면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각자 나름대로 패배 당하거나 지지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죠. 잘못하면 히틀러와 명치유신 시절의 번벌 정객들을 숭배했던 독재자의 "공주"가 대통령이라도 돼버릴 수 있는 우리 현금의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한 번 조용히 생각해봅시다.
그다음에, 민주통합당의 지향(사실상의 신자유주의적 노선의 견지와 부분적인 복지 확충에 대한 수사, 사실상의 미 제국의 패권에 대한 인정과 대북 정책의 완화에 대한 약속 등등)과 구성 (한국노총 등 보수적인 노동계의 일각, 도심 중간 계층들, 자유주의적 지식인과 시민단체, 특정 지역의 "지역민")은 많은 면에서 이름까지 같은 일본의 민주당(1998년 창당)을 닮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보수 양당제 뿌리내리나?
그러니까 일본에서 이미 10여년 전에 안착된 "2개 거대 보수 정당" 중심의 보수적인 양당제는, 바로 지금 국내에서 차차 뿌리를 내리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의 원산지는 좌파 정치의 황무지로 아주 유명한(?) 미국인데,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이 시스템의 틀 안에서 노동계의 주류가 자유주의적 보수정당(미일의 민주당)에 포섭됨으로써 계급정치의 동력이 거의 원천적으로 거세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도 과연 비슷한 길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또한, 오랫동안의 투쟁경력을 자랑하고 비교적으로 많은 진성당원들을 전국 곳곳에서 확보하고 지역정치에서 활발히 움직여온 공산당에 비해서는, 좌파민족주의자들과 일부 과거 노동계 지도자,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의 정치공학적 결합으로 만들어진 통합진보당은 조직으로서는 훨씬 생명력이 약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배경과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들끼리 "하루 밤", 일회의 선거를 잘 치르자고 쉽게 만났듯이 또 나중에 쉽게 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와 같은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정치에서는 양쪽의 입장은 많은 면에서 비교가 가능합니다.
양쪽이 사민주의에 가까운 온건 좌파 사상의 일부분과 민족주의적 정서(일본 공산당은 "북방 영토" 등 영토 문제에서 꽤 강경파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자유주의적 지향을 섞어서 말하자면 한 "세트"로 정치시장에 내놓는 셈이죠.
보수화된 일본 사회에서 공산당이 지금까지 기능해온 것으로 봐서는, 자유주의화된 부분이 많은 온건 좌파는 자기 나름의 "틈새"를 확보해서 꽤 오랫동안 버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1960년대 말의 "준혁명적 분위기"에서 보여준 일본 공산당의 상대적 보수성 등으로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런 "틈새 좌파"는 그 어떤 급진적 투쟁도 잘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그 "틈새"에서 안주해버리고 만 것이죠.
두 개 보수정당과 온건 좌파 정당 구조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의 도입으로 양극화가 촉진되어 특히 신흥 빈민층, 준빈민층이라고 할 비정규직 노동자 계층이 거대화됐지만, 일본이나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같은 지역적인 분업 구조에 갇혀 있는 중국 노동자에 비해서 비교적으로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영위하고 있으며, 미디어 등을 통해서 일본/한국의 "비교적 우위"를 늘 접할 수 있습니다.
굳이 미디어를 안봐도, 일본이나 한국에 오는 아시아 이민 노동자들을 육안으로 봐도 알 수가 있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실제로는 점차 그 생활이 상대적으로 나빠져가는 일/한의 피억압 대중들은 일/한 자본주의 "성공 신화"를 믿게 됩니다.
기존의 보수화된 노조들이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미조직 상태에서 그저 생존만 도모하게 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는 현상을 비관해도 차라리 "과거"로 그 시선 돌리기가 더 쉽습니다. 정규직 얻기가 수월하고 해마다 임금이 조금씩 올랐던 과거, 초고속 성장 시대, 박정희 시대... 그렇게 해서 "유신 공주"를 머지 않아 대통령으로 뽑을 수도 있는 무산자 군(群)이 만들어져 갑니다.
그 어떤 전위 조직도 무산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진보적인, 사회주의 지향적인 비전을 전해주지 못한다면, 무산자들의 시선은 과거로 돌려집니다. 이건 계급투쟁의 일종의 법칙인데, 이 법칙이야말로 현상황에서 재확인되고 맙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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