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극장 정치’
*** 극장국가(Theatre State): 문화인류학자인 기어츠(Geertz)가 발리의 왕권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권력의 향사 자체가 의식, 연극에서 나온다는 개념을 정립. 그에 따르면, 극장국가는 "공공생활에서의 행진이나 의식은 그 위협이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는 홉스적 국가와도 다르며, "국가 의례란 물질적 이해를 정신적인 것으로 바꿔치기 함으로써 물질적 대립을 흐릿하게 만들어 버리는 기만"이라는 마르크스=파레토적 국가와도 다르다고 주장. 극장국가에서는 "권력의 역학(力學)이 아니라 권력의 시학(詩學)"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와다 하루끼, 북조선: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pp.154-155)
김정일이 연출가이자 디자이너로 있는 북한의 유격대국가는 기어츠가 말하는 극장국가 성격을 일정절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발리 섬의 전통적인 왕권이 유지된 것은 전근대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 있다. 현대세계에서도 그와같은 극장국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다. 전근대의 시대는 정태적인 질서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근대 이후의 정치질서는 동태적인 질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장국가는 역동적인 변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김정일 자신이 연출가과 디자이너로서 만들어 낸 극장국가가 현실세계와는 심각한 간극을 노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간극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기도 하다(와다 하루끼, 북조선: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pp. 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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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김일성 생일 100주년… 취약한 세습의 정통성 김일성식 통치로 포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5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 기념식을 ‘김정은 시대’의 개막 축제로 만들었다. 김 주석이 생전에 공개연설 때 입었던 흰 군복과 ‘구형모자’를 선보였고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신형 미사일과 6·25 전쟁 후 모습을 감췄던 종마부대도 등장했다. | 관련기사 2·3·4면
김 제1비서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기념식 주석단에 올라 첫 공개연설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강성국가 진입 원년’ 선포는 하지 않고 “강성국가를 만들자”는 주문만 내놨다. 김 제1비서가 강성국가 진입 선포를 하지 않고 선군정치를 내세운 것은 만성적 경제난에 ‘광명성 3호 위성’ 발사까지 실패하자 강성국가로 내세울 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41세 때 김일성 김일성 주석이 1953년 8월15일 해방기념일 열병식에서
흰색 군복 차림에 황갈색 모자를 쓰고 열병 대오에 답례하고 있다.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도 고위 장성들은
김 주석의 옛 모습을 재연했다. | 노동신문 캡처
앞서 김정은은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비서국 제1비서와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장에 올랐고,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돼 최고위직을 모두 승계하며 3대 세습을 마무리했다. 김정은 체제는 ‘극장식 정치’로 성대히 개막했지만 안으로 김 주석의 유훈인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 밖으로는 로켓 발사에 따라 얼어붙은 대남·대미관계 복원이란 난제가 놓였다.
김 제1비서가 김 주석 시대의 옛 복장과 군사 퍼레이드를 선보인것은 3대 세습으로 정통성이 약한 그가 보여주기 정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