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모니카 마시아스) 중에서
적도기니 초대 대통령의 딸에서, 평양의 망명자로 고 김일성 주석의 '양녀'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내고,
스페인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서울, 마침내 자신과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해왔던 적도기니에 이르는 인생의 여로를 걸어온 한 여자의 이야기.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내가 보기엔 억양이나 옷 스타일이 조금 다를 뿐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마저도 같았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면 서울 사람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과 평양 사이의 체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화적 편차를 강조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너무도 열악하고 개인의 자유에 있어서도 엄연히 갇힌 사회이기 때문에 서울과 비교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
나에게는 평양과 서울 사이의 공통점만 보였지만, 사람들은 나를 통해 두 세계의 차이를 보려 했다.
- p. 249.
<압구정도 호프집에서의 대화>
"평양 젊은이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자유롭게 둘러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나요? 아마 힘들겠죠?"
그러자 다른 이가 맞장구를 쳤다.
"거기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아주 제한돼 있잖아."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들은 술기운을 타고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누군가 아오지탄광이란 말을 꺼내기도 했고, 5호담당제며 북한대기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
술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 속의 평양은 마치 피카소가 그린 게르니카를 연상케 할 만큼 참혹했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애써 참다가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 너희들도 북한을 마치 부시가 악의 축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생각해봐,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겠어? 체제는 달라도 사람은 별반 다르지 않아. 거기 사람들도 우리처럼 하루하루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 pp. 25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