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에 대한 일본의 한일관계전문가들의 견해
연합뉴스가 보도한 3인의 일본 한일관계 혹은 한국 전문가들의 견해다.
근현대사에 대한 전후 일본사회의 역사관과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의 현상황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분석들이다.
특히,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도쿄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아사바 유키 교수는 현재 일본 내 소장파 한국전문가/연구자로 알려져있는 학자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아베 담화'에 대한 판단과 그 판단의 근거들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8/14/0200000000AKR20150814085900073.HTML?input=1195m
日전문가 "아베담화, 여러관점 포함…다소 미흡하나 의미 있어"
- 기사입력2015/08/14 23:33 송고
"메시지 다소 모호"…전쟁 중 여성의 존엄성 문제 거론한 것 등 주목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한국학 연구부문장 = 일본 국민이 지닌 다양한 역사 인식에서 최대 공약수를 담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막연하거나 모호한 것이 있다. 식민지 지배, 침략, 사죄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를 식민지 지배·침략해서 사죄한다는 무라야마담화와는 다르다. 아베 담화는 누구의 누구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인지, 무엇 때문에 사죄하는 것인지를 거의 언급 안 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키워드를 사용해서 계승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 자신을 지지하지만, 무라야마담화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무라야마 담화와 차별화한 담화라고 표명한 것이다.
러일 전쟁이 식민지였던 여러 국가에 희망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일본이 한반도 식민지배를 계기가 된 전쟁이다. 이 전쟁이 식민지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방적이다.
아베 담화는 전시 하에서 여성의 명예나 존엄이 상처를 받았다는 언급을 두 차례나 포함시켰다. 이는 위안부 문제를 매우 의식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아베 정부가 한일 관계를 풀도록 위안부 문제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전시 하 여성 인권 문제로 다루려는 메시지라고 추측된다.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모두 끝났다는 자세와는 조금 다르다고 해석한다.
이번 담화가 양국 사이의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는 내용은 아니다. 만일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진전시킬 마음이 있다면 이 담화가 관계 개선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니가타(新潟)현립대 대학원 국제지역학연구과 교수 = 아베 총리는 자신이 역사수정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했고 그런 평가를 받을 것이다. 역내 내각이 밝힌 것을 아베 정권과 미래에 이어가겠다고 했으므로 과거형이 아니다. 이번 담화는 그간의 것과 형식에 차이가 있다거나 문구가 빠졌다거나 과거형이라는 등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베 담화에 등장하는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이라는 언급은 무라야마 담화('크고 많은 손해와 고통')보다 앞선 표현이다.
(담화는) 세계사와 일본사, 한국사와 일본사를 따로 보는 틀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에서 보는 것이라서 한일, 중일 양국 관계만 보면 말이나 특정한 사건이 빠지는 게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21세기 역사를 윤리적으로 옮은 지 그른지 떠나서 제국주의 시대 때 아시아 국가로서 (일본이) 처음 (그런) 질서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식민지 지배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당연히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국제 질서는 그렇게 구성됐다. 나중에 유럽에서는 탈 식민지라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지만, 일본은 늦은 제국주의라서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는 잘못된 길로 갔다는 것이다.
즉 세계사 속에서 일본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 간의 문제만이 아닌 세계사 속에서, 어떤 시점에는 그것이 정당하게 이해됐고 새로운 규범과 도전이 나오고 나서는 불법이 됐다는 것이다. 한 나라 역사나 양국사 관점에 갇혀 있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세계사의 관점에서는 식민지배를 적절히 언급했다. 일본이라는 주체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크게 보면 잘못이 일본에 있고 전후에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부분이 여러 국가에서 평가받을 것 같다.
아베 총리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총리가 국가 기관이라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으로 생각하더라도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평가해줘야 한다. 진정성을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담화에 근거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 =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 등을 인용 형태 등으로 나마 언급한 것은 한걸음 발을 디딘 것으로 생각한다.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아베 총리 개인의 생각과 총리로서의 입장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이번 담화에는 그 두 가지가 섞였다.
문제를 거론하자면 일러 전쟁이 한국 병합으로 연결됐는데, 일러 전쟁의 일면만 거론하고 한국 병합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또 식민지배를 거론했지만, 한국에서의 전시(戰時) 동원, 군위안부 등 구체적인 식민지 지배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문제는 일본 사회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