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대일로와 북한, 한반도
중국 일대일로 참여 제안에 북한 '경계'
중국 외교부 발간 학술지 '세계지식' 소개 … 4월 리진쥔 주북대사, 리용남 대외경제상에 제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공개됐다.

중국 외교부 주관으로 발행되는 외교학술지 '세계지식'(世界知識)은 최신호(12월 16일자)의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 대북 경제 협력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인가'라는 글에서 북한과의 논의 과정과 향후 전망 등을 소개했다.
이 학술지는 "올해 4월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가 리용남 북한 대외경제상을 만나 일대일로 구상과 비전을 처음 소개했다"며 "북한은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진쥔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전망을 소개하고 '양국이 공동 노력해 기회를 살리고 상호 경제무역협력을 새롭게 도약시켜 양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하기 바란다'는 희망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당초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는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정식으로 포함됐다. 사진=연합뉴스
학술지는 또 지난 9월 옌벤대학 주최로 열린 '두만강포럼, 기회와 도전: 일대일로 전략과 두만강 지역의 국제협력'에 참석한 북한 학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학술지에 따르면 북한 학자들은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의견을 공개 발표한 적이 없으며 노동신문에서 관련 내용을 본 적이 있으나 북한 내부는 아직 충분한 토론과 인식 일치를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환구시보는 북한이 일대일로 전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최수광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부교수가 "북한도 일대일로 참여에 생각이 있다"고 말한 부분에 무게를 둔 보도였다.
학술지도 북한이 당장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북한이 대외경제협력에서 더욱 융통성 있고 주도적인 면을 보여 예전에 비해 국제 경제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래 북한 경제 상황은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어 왔다. 이런 경제성과 유지와 확대를 위한 외부 자원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최근 북한은 투자 유치, 노동력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학술지는 또한 주요 경제 협력 대상국인 한·중과의 관계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최근 남북한은 8·25합의 이후 이산가족상봉을 가졌다. 북한 노동당창립 70주년 기념을 계기로 류윈산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방문단이 북한을 방문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필 사인 서한을 전달했다. 최근 북한 모란봉 악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이 취소됐지만 양국은 사태 악화를 경계하고 있다.
세계지식은 "새로운 국제 경제협력 이니셔티브가 북한의 현실적 경제 수요를 절실히 만족시키는 동시에 북한 정부의 안보면에서 관심도 돌볼 수 있다면 한층 더 높은 발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경제 협력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 방법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 선택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쌍방의 경제 협력이 상생 관계이지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지식은 당초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후 확장되는 과정을 공개했다. 학술지에 따르면 일대일로 주장 초기 동북3성과 한반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대일로의 중점은 중국의 서쪽과 남쪽에 있고 전통적 실크로드의 주요 부분은 한반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동북지역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북한 및 한반도와 경제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게 됐다. 지난 3월 발전개혁위원회, 외교부와 상무부가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추진할 비전과 행동'을 공동 발표할 때 한국을 정식으로 실크로드 국가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