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련한 독재자(WSJ), 김정은은 미치광이아니라 합리적(NYtimes)
WSJ "김일성 따라하는 김정은,노련한 독재자"
[중앙일보] 입력 2016.09.19 15:59 수정 2016.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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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WSJ "김일성 따라하는 김정은,노련한 독재자"
북한 김정은을 ‘노련한 독재자’라고 표현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 실시된 북한 5차 핵 실험을 계기로 김정은의 독재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선전과 정책, 패션과 헤어스타일까지 따라하고 있다”면서 “그가 미숙하다는 전반적인 평가와 달리 계획적인 지도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북한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그가 ‘노련한 독재자(very skilled dictator)’일 수 있다고도 했다.
김정은은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정적을 숙청하면서 굳어진 무자비한 이미지를 불식하려 서민적 스타일이나 실용주의를 활용하고, 경제성장과 핵무기 개발을 동시에 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김정은이 미치광이가 아니라 미친 척하는 매우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약소 국가의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매우 합리적,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지도자라는 해석을 하면서,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내세웠다.
미치광이 이론은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적들에게는 미치광이로 비치게 함으로써 협상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끌고 간다는 논리다.
이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약하고 고립된 북한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언제 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호전성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분석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o.kr
NYT “北 고도의 전략” 분석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에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강행,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향한 전쟁 위협, 남한에 대한 줄기찬 도발,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지도자, 분기탱천한 체제 선전…. 국제사회에 비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치광이 정권’이란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김정은 정권은 정말 미친 걸까.
뉴욕타임스(NYT)는 10일 “북한은 미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를 반박하며 오히려 지나치게 이성적이어서 더 위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북한이 무모할 정도로 핵무기 확보에 집착하는 것은 북한처럼 고립된 약소국의 거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냉철한 계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이 보여 주는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 역시 미국 같은 강대국에 미치광이로 비침으로써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에서 어떤 국가가 이성적이란 말은 그 지도자가 언제나 최고와 최선의 도덕적 선택을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단 자기 보전을 최우선에 둔 채 자국 이익에 충실하게 행동할 때를 뜻한다.
북한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혐오감을 자아내긴 해도 자국의 이익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지극히 이성적이라고 데이비드 강 미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분석했다. 김정일 통치 시절인 2003년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던 그는 김정은 정권에도 이 분석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1994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던 데니 로이 미 동서문화센터 수석연구원도 “미치광이 국가나 무모한 공격 등 북한에 붙은 꼬리표가 오히려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이는 대부분 (북한에 대한) 오해와 (북한의) 선전선동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역시 북한 지도부가 계산적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NYT는 “야만적 잔혹성과 차가운 계산은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라 결국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입각해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협상 상대자에게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시킴으로써 이를 무기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국제정치 전략을 말한다. 미치광이 이론은 미국 리처드 닉슨 정부가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핵전쟁 공포를 불러일으켜 베트남 뒤에 있던 소련을 움직이게 한 전략에서 유래한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면 북한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이다. 하지만 언제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과시함으로써 그런 파국을 지연시킬 순 있다. 둘 다 위험한 선택지이긴 하지만 후자가 전자보단 덜 위험하다. 북한은 이를 염두에 두고 계속 미치광이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결국 끊임없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소한 사건이나 오판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NY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