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동맹 SaveMyanmar
[여적]밀크티 동맹
조찬제 경향신문 논설위원
2021-03-01 22:03 입력 2021-03-01 22:03 수정
지난 28일 대만에서 열린 밀크티 동맹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세 손가락의 경례를 보여주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9세기 영국과 청나라 간 아편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차(茶)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청으로부터 차를 사들일 결제대금 은이 절대 부족했다. 그래서 영국이 고안한 것이 인도를 끼워넣은 ‘삼각무역’이었다. 대중국 무역 독점권을 가진 동인도회사가 영국의 모직물을 인도에 수출하면, 인도는 중국에 아편을 수출하고, 그 대가로 영국이 차를 가져오는 식이다. ‘차의 정치경제학’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차가 다시 국제정치의 중심에 섰다. 태국과 중국 간 소셜미디어(SNS) 전쟁이 계기였다. 태국의 한 유명인이 트위터에 홍콩을 국가로 묘사한 이미지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급기야 두 나라 간 갈등에 홍콩과 대만 누리꾼들이 태국 편에 가세하면서 반중국 운동으로 번졌다. 이를 계기로 태국과 홍콩, 대만 등 세 나라 누리꾼들이 결성한 것이 ‘밀크티 동맹’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과 달리 세 나라가 밀크티를 마신다는 공통점에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밀크티 동맹은 지난해 인도와 중국 간 국경분쟁으로 인도 누리꾼까지 가세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2월 마지막 날, 미얀마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시위대 최소 18명이 숨졌다. 쿠데타 발발 한 달 만의 최악의 유혈사태다. 그러자 홍콩과 태국 방콕, 대만 타이베이에서 청년들이 미얀마 시민 지지 거리시위를 벌였다. SNS상에서만 연대의 뜻을 표출하던 밀크티 동맹이 오프라인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것이다. 반군부 시위에 나선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절감하던 터였다. 특히 쿠데타 세력을 강력 비난한 서방국가들과 달리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시민의 안위는 도외시한 채 미얀마의 전략적 가치만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밀크티 동맹이 미얀마 사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외롭게 투쟁하는 미얀마 시민에게 최대 지원군인 것은 틀림없다. 밀크티 동맹이 만약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켜내고, 나아가 반중 연대라는 한계까지 넘어선다면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얀마 연대 ‘밀크티 동맹’,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
입력 : 2021-03-01 09:00:00 수정 : 2021-02-28 22:17:40
대만·인도·인도네시아·태국·홍콩 중심…미얀마 가세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밀크티 동맹’이란 영문이 적힌 팻말을 들고 쿠데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시민들은 어김없이 거리로 나왔다. 같은 날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민들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미얀마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명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 연대 집회다.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밀크티 동맹이 미얀마 시민들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반(反)중국 정서로 촉발된 범아시아 온라인 연대 운동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언론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의 젊은 민주화 활동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시태그를 이용해 대만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의 밀크티 동맹에 미얀마의 2차 총파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는 군정이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 외교장관이 지난 24일 태국 방콕에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진 데 따른 것이라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미얀마 밀크티 동맹은 성명에서 “지금은 압제자들에게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고 주권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손을 잡을 때라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크티 동맹은 지난해 태국과 중국 누리꾼들 간 갈등이 결성 계기가 됐다. 태국의 한 유명 배우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와 대만의 독립 세력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태국 누리꾼들이 들고일어났다. 대만과 홍콩 누리꾼들이 태국 누리꾼들을 지지하면서 동맹이 결성됐다. 이 세 나라 모두 밀크티를 즐겨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어 밀크티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중국의 역내 영향력 증대에 반대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누리꾼들이 가세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범아시아 운동으로 확대됐다. 밀크티 동맹은 2019년 홍콩 민주화 당시 주연 배우 류이페이(유역비)의 친중 발언을 문제 삼아 영화 ‘뮬란’ 보이콧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미얀마 ‘피의 일요일’에 전세계 청년들 들고 일어났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1 10:44
군부 쿠데타로 역대 최악인 18명 사망하자 동남아 SNS에서 ‘밀크티 동맹’ 확산…”우리는 함께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지 4주 만에 최다 사상자가 속출했다. 유엔은 이날을 “피의 일요일”로 부르며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군부에 촉구했다. 안팎에선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운동이 거세질 전망이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월2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쓰레기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월28일(현지시각) 미얀마에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유엔인권사무소가 전했다. 이들 사상자는 미얀마 군경이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등지에서 군중에 실탄을 쏘고 수류탄을 던진 것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 2월1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로 최악의 상황이다. 일부 미얀마 시민들은 SNS를 통해 이날만 2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또 “경찰이 7명의 기자와 함께 최소 85명의 의료진과 학생들을 구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포함해 마음대로 체포하고 가둔 사람들은 1000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쿠데타 이후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은 시민의 수는 1132명이 넘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민들은 참상의 잔혹함을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곤의 한 병원 의사는 익명을 요구하며 “가슴에 총알이 박힌 시위자가 병원에 실려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은 “경찰이 수류탄으로 선생님들의 시위대를 해산한 뒤 우리 엄마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호소했다. CNN은 참상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미얀마 경찰에 질문을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시위에서 고조되는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시민들도 SNS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얀마 시위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청년들 47명이 2월28일 동산에 올라 '밀크티 동맹'이라 적힌 팻말을 들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 트위터 캡처
이날 하루 SNS에선 ‘밀크티 동맹(MilkTeaAlliance)’이란 해시태그가 약 100만 번 공유됐다. 밀크티 동맹은 태국, 홍콩, 대만 등 동남아 국가에서 독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뭉친 국제 연대다. 이들 지역에서 밀크티가 인기 있는 음료라는 것에 착안해 이름이 지어졌다. 지난해 중국의 탄압에 힘을 모아 저항하자는 뜻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밀크티 동맹은 오프라인으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의 일요일’이 벌어진 2월28일 대만 타이베이에선 밀크티 동맹이 거리 집회를 열었다. 대만 시민들은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아시아의 봄”을 주창했다. 홍콩에선 밀크티 동맹 시위자들이 동산에 올라 “미얀마는 독재를 멈추라”고 외쳤다. 태국의 활동가 라따삿 쁠렌웅은 로이터에 “미얀마 활동가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밀크티 동맹에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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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