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미·일·호주 훈련 프랑스 해군 “인도·태평양 적극 개입"
[단독] 미·일·호주 훈련 프랑스 해군 “인도·태평양 적극 개입"
[중앙일보] 입력 2021.05.31 05:01
프랑스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토네르함(왼쪽)과 프리깃함인 쉬르쿠프함. 프랑스 대사관
프랑스는 강습상륙함인 토네르함과 프리깃함인 쉬르쿠프함, 해병보병(해병대에 해당하는 육군)으로 꾸려진 상륙준비전대를 인도ㆍ태평양으로 보냈다. 이른바 ‘잔 다르크 작전’이다. 11~16일엔 미국ㆍ호주ㆍ일본과 함께 연합훈련을 벌였다.
장-마티유 레이 프랑스 해군 소장 .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사령관이자 프랑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합동사령관을 맡고 있다. 프랑스 대사관
유럽의 중심 국가인 프랑스가 왜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프랑스 해군 상륙준비전대의 장-마티유 레이 해군 소장은 중앙일보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유럽에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유럽 국가이자 인도ㆍ태평양 국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사령관이자 프랑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합동사령관을 맡고 있다. 레이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에 기항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을 들르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1문1답.
프랑스는 유럽 국가인데, 인도ㆍ태평양에까지 강습상륙함 전대를 보낸다. 그 이유는.
“프랑스는 유럽에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남태평양 일대의 프랑스 영토에 160만 명의 프랑스 국민이 살고 있다. 유럽 국가이자 인도·태평양 국가이기도 하다. 국제적 소임을 지닌 강국으로서 프랑스는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에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프랑스는 마요트, 라 레유니옹, 누벨-칼레도니, 프랑스령 폴리네이시아 등 남태평양의 섬을 영토로 보유하고 있다. 레이 소장은 “프랑스는 인도ㆍ태평양에 주기적으로 군대를 보내고 있으며, 다음 달 프랑스 공군의 군용기가 이 지역에 파견된다”고 말했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전단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모항인 포츠머스를 떠나 뱃머리를 동쪽으로 돌렸다. 독일도 전투함 1척을 인도ㆍ태평양으로 보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영국도 항모 전단을 인도ㆍ태평양에 파견한다. 영국 국방부는 중국을 경쟁자(competitor)라고 정의했다. 프랑스도 같은 입장인가.
“프랑스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특정 주체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다자주의와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 프랑스는 국제법, 원해와 국제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성역화한 1982년 유엔 해양법이 준수되길 촉구한다.”
프랑스 육군의 해병 보병이 일본 육상자위대의 CH-47 헬기에서 내려 가상 적진으로 침투하고 있다. 이 훈련은 센카쿠 열도와 같은 동중국해 섬을 중국이 무력으로 점령할 경우 탈환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태평양 사령부
프랑스 상륙준비전대는 미국ㆍ호주ㆍ일본과 함께 중국을 가상 적으로 하는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잔 다르크 작전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공격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없다.”
프랑스 상륙준비전대는 일본에서 연합훈련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항할 계획이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랑스 상륙준비전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주변 국가와 영유권 분쟁 중인 섬 근처를 지나가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프랑스가 직면한 가장 안보 위협은.
”인도ㆍ태평양지역의 위협은 매우 많다. 프랑스에 대한 위협이기보다는 집단 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우선 북한의 핵확산 위험이 있다. 이 밖에도 영토분쟁, 해양 테러, 해적활동, 과도한 어업 활동, 밀수, 미ㆍ중간 긴장 고조, 그리고 물론 환경문제가 있다.“
최근 해양 안보 위협의 특징을 평가한다면.
”오늘날 해양안보 위협은 영토분쟁, 안보문제, 기후문제, 경제문제 등 다양하다. 이런 위협에 대한 접근은 한 국가의 힘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11~16일 일본에서 열린 '아크21' 미ㆍ프ㆍ호ㆍ일 연합 해상훈련. 프랑스 해군의 상륙준비전대도 참가했다.
프랑스 해군은 강습상륙함뿐만 아니라 핵추진 항공모함도 보유한 강국이다.
항모나 강습상륙함의 전략적 가치는.
”항모와 헬기 탑재 강습상륙함은 전력ㆍ병력의 투사 수단입니다. 이들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전략적 위치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