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와 국제 정세

北 선전에 속아 북송된 재일교포…진실화해위, 인권침해 인정

DemosJKlee 2024. 8. 15. 19:44

연합뉴스 2024-08-07

재일교포·후손 17명 진실규명 결정…"사회생활 전반 불이익"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군경에 의한 희생사건도 진실규명 결정

재일교포의 북송에 나서자 시민들이 궐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북한은 차별 없는 지상낙원"이라는 체제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교포와 그 후손들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열린 제84차 위원회에서 북송 재일교포와 후손 17명에 대해 "사회생활의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북한 정권과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는 북송사업을 통해 1959년부터 25년간 진실규명 대상자 17명을 북한으로 이주시켰다. 북송된 재일교포는 총 9만3천340명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규명을 위해 재일교포 북송 사건 연구용역을 수행했는데, 이는 재일교포 북송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첫 조사다.

 

당시 작성된 공문서, 외교 전문, 관련 서적·논문 등을 검토·분석한 결과, 북송자 대부분은 "차별 없고 일한 만큼 분배 받는다", "이상사회처럼 살 수 있다", "북한이 일본보다 잘 살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조총련 선전을 믿고 북한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북한의 실상은 달랐다. 이들은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감시와 차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 평양이 아닌 양강도 혜산시 등 지방에 살며 지역 내 이동까지 감시당했고 협동농장·탄광·광산 노동자로 배치되는 등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게 진실화해위의 설명이다.

 

탈북을 시도하자 북송자라는 이유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일본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하자 군인들에게 끌려가 정신병자 시설에 수감된 사례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조직적·체계적으로 거짓 선전을 벌이고 개인의 귀국의사 확인 기회 차단, 강제 승선, 북송 거부자 납치 등을 한 북한 정권과 조총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현실을 외면하고 북송사업을 방관한 일본 정부, 일본 적십자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북송에 반대하고 마지막 북송이 이뤄진 1984년까지 외교적 노력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북송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북한 정권에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북송자 생사확인과 이동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유엔(UN)에도 북송자와 그 가족의 피해 및 행방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고, 결과를 역사 기록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이번 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시기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잡혀가 희생된 경북 경주지역 주민 54명, 경남 함양지역 주민 7명 등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 밖에도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전남 영암·영광 주민 190명, 군경에 희생된 전북 고창 주민 11명, 사상범·예비검속자라는 이유로 처형된 광주형무소 재소자 6명 등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stopn@yna.co.kr

 

"유토피아" 속아 북송 재일교포, 진실규명 결정…北 더해 日 책임도 지적
중앙일보


입력 2024.08.07 15:21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083

 

"재일교포들은 '북한에 가면 이상 사회처럼 살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북송선을 탔지만 실상은 하늘과 땅 차이여서 눈앞이 깜깜했다고 한다."

7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북한은 차별 없는 지상낙원"이라는 거짓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간 재일교포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각종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실 규명을 결정하면서다. 정부 차원에서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으로 향하는 북송선을 타고 있는 재일교포 가족. 1959~84년 ‘재일조선인 귀국 사업’ 명목으로 9만 3340명이 북한으로 갔다. 중앙포토. 중앙DB.

"25년동안 9만여명 북송"

 

진실화해위는 이날 "북한 정권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북송사업을 통해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 동안 재일교포 총 9만 3340명을 북송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진실 규명 결정은 북송자 17명의 본인 혹은 후손이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이뤄졌다. 진실화해위의 진실 규명 결정은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진실이 이미 규명됐다'는 취지다.

진실화해위는 연구 용역 등을 통해 당시 작성된 공문서, 외교 전문, 관련 서적, 논문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송자 대부분은 "차별 없고 일한 만큼 분배 받는다", "이상 사회처럼 살 수 있다", "북한이 일본보다 잘 살고 인권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조총련 선전을 믿고 북송선을 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한 진실규명 신청자는 "북한에 도착하니 북한의 실상이 조총련의 선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눈앞이 깜깜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북송자와 가족 대다수는 수도 평양이 아닌 양강도 혜산 등의 시골 지역에 배치됐고, 지역 내 이동을 감시당했다. 일본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하다가 군인들에 의해 끌려가 행방불명돼 5년 뒤 정신병자 수감 시설에서 목격된 한 소년의 사례도 조사 과정에서 수집됐다.

또 북송자들은 협동농장, 광산, 탄광의 노동자로 일해야 했다. '성분 조사'를 통해 적대 계층으로 분류돼 철저한 감시와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탈북을 시도한 북송자들은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아오지 탄광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또 북송자 가족이 아닌 상대와 결혼하려는 경우 상대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각종 차별에 직면했다고 한다.

"日, 북송 의도적 지원"

 

진실화해위는 이날 북송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책임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진실화해위는 "북송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북한 정권과 조총련에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와 일본 적십자사 또한 북송 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의도적으로 북송 사업을 지원하고 지속시켜 인권 침해를 용인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역시 귀환 협정에 따른 북송 과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준수 여부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고, 북송사업의 중개자와 조언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냉전 시대에 이른바 자유 진영의 일원이라는 일본 정부와 일본 적십자사가 자국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9만여명이 북한으로 가는 상황을 방치 수준이 아니라 조장까지 했던 건 일본으로서는 흑역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책임을 줄곧 부인하고 일본도 전혀 부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슈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국가 기구로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북송이 이뤄진 1984년까지 북송에 반대하며 외교적인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북송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을 향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북송자의 생사 확인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엔에는 북송 사업을 비롯해 북송자와 가족의 피해와 행방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역사 기록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