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 과거 통해 현재를 읽다..시국풍자 패러디 유쾌 상쾌 통쾌(종영④) | [2008-07-24 23:28:51] |
[뉴스엔 박세연 기자] 드라마 속에는 기획 의도와 작가의 의지에 따라 사회상이 투영될 여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 단, 사극의 경우 왜곡을 최소화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관점이 가미되기 힘든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극본 최란/연출 이용석)는 민감한 사회 이슈를 과감하게 터치해 더욱 빛났다. 24일 마지막회 20회로 종영된 ‘일지매’는 퓨전사극의 이름을 내걸고 과감하게 현 사회상을 패러디하고 풍자해 시청자들에게 속시원하게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을 안겨줬다. 일지매의 죽음이 열린 결말로 그려진 최종회까지 ‘일지매’가 그려낸 다양한 사회상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촛불집회다. ‘일지매’ 13, 14회에서는 청의 척신 정명수의 아들인 정치홍의 말에 채인 양순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기 위해 관아로 달려간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 ‘촛불 정국’을 풍자했다. 양순의 죽음은 흡사 지난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 사고로 희생된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연상케 해 눈길을 끌었다. 봉순(이영아 분), 은채(한효주 분) 등 많은 백성들이 정치홍 부자가 머무는 객주로 달려가 정치홍의 사과와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초반에는 백성들과 관군이 음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평화로운 집회가 이어졌다. 하지만 조정의 강경 진압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관군들이 백성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지난 5월초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의 전개 양상과 상당 부분 흡사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에 따라 5월2일 서울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집회 초반 경찰과 큰 충돌 없이 평화로운 집회를 펼쳤다. 하지만 집회가 계속되자 어느 순간 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처 입장을 밝혔고, 경찰은 시민들에게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는가 하면 곤봉과 날 선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은 비무장 시민에게 폭력을 가해 시민들을 더욱 화나게 한 바 있다. 촛불 정국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일지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청나라와의 굴욕 외교를 펼치는 조정 대신들의 모습으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불평등한 외교 상황을 그려냈다. 이는 현 정부의 외교 행태를 직접적으로 풍자한 것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일각의 여론이 투영된 듯한 장면이 예리한 시청자들의 눈길에 포착됐다. 그런가 하면 ‘일지매’ 12회에서는 ‘나훈아 기자회견’을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극중 변식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내가 정녕 옷 벗는 꼴을 보여줘야 네 놈들이 믿겠느냐?”며 바지춤을 푸는 시늉을 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이는 가수 나훈아가 지난 1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탁자 위에 올라가 혁대를 풀고 바지를 벗기 직전의 액션을 취한 장면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밖에도 ‘일지매’는 인조(김창완 분)가 사천(김뢰하 분)에게 벼루를 집어 던지는 장면을 통해 영화 ‘넘버3’ 속 재떨이를 집어 던지는 장면을 패러디 하는가 하면, 은채의 말 이름을 ‘일지마’라고 짓는 등 패러디 문화 자체를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일지매’는 17세기 조선 인조 대의 이야기를 통해 2008년 현재를 그려내는 데 성공하며 퓨전사극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다만 시공을 초월한 듯 과거와 맞닿아 있는 현재의 모습이 씁쓸함을 자아낼 뿐이다. 박세연 psyon@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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