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반다나 시바는 '세계 민중 물 포럼'에 참석해 군중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 |
ⓒ2004 민족21 강은지 |
한국에서도 유명한 환경사상가이자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의 선동을 듣지 않은 사람은 그의 매력을 잘 모를 것이다.
17일 오전 11시 인도 뭄바이 네스코에서 열린 '세계 민중 물포럼'에 참석한 그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는 "인도 공중파 방송이 촬영을 왔으니 이 자리에 나와 한마디하면 인도 사람들에게 모두 알려질 것"이라는 농담을 건네며, 물문제로 심각한 포럼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 세계사회포럼 인도조직위원회 일원으로서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자임을 밝히자 그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는 "가난한 나라이든 부자이든, 열대의 기후든 온대의 기후든 전세계 모든 국가는 물 위기에 놓여 있다"며 "사람들이 너무나 무책임하게 물을 써서 식수가 고갈되거나 오염된 지역이 많다"고 말했다.
반다나 시바는 "지금 전세계 곳곳에서 물의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것은 결국 인간의 탐욕이 빚은 결과"라며 "물의 민영화"를 강력히 비판했다.
'물의 민영화'가 진행되는 방법은 이렇다. 스웨즈 등 물관련 다국적기업들은 전세계를 돌면서 지하수 자원이 풍족한 지역이 어딘지 봐뒀다가 그 지역에 들어가 수도관을 건설해주겠다며 마을주민들을 설득한다. 그 뒤에 수도를 퍼내는 펌프비용, 공급권, 시설유지보수비용, 정화료 등을 받으며 물의 민영화를 시작한다.
남아공, 기업이 물 공급권 가져가면서부터 물값 10배 인상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스웨즈와 바이워터가 물의 공급권을 쥐면서 평소 물값의 100배가 뛰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반다나 시바는 "전세계 모든 운동은 그것이 사회운동이든, 여성운동이든, 농민운동이든지 간에 기업으로부터 빼앗긴 공공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물은 우리의 삶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을 위한 물이라는 메시지를 다국적기업이 들을 리 없다"는 그는 "그들(다국적기업)에게 외칠 정치적 구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다나 시바가 제안한 4가지 정치적 슬로건은 이렇다.
첫째, 현재 다국적기업이 진행하는 일이 뭔지 잘 파악해 정보를 얻는 것. 이에 대한 조사작업이 수반돼야 하는 것은 필수다. 예컨대 인도의 카추마라 지역에서 왜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는지, 뉴델리에 스웨즈가 들어간 뒤에 어떻게 갠지즈강을 민영화하려는 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각국 NGO활동가들은 각국 정부가 각 나라의 천연자원을 기업에 팔아먹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 만일, 정부가 이미 천연자원을 팔아먹었다면 그걸 되찾아오는 운동을 벌어야 한다.
셋째, 문화운동을 벌여야 한다. 잃어버린 인도주의와 인류감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물은 모든 생명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되찾아야 한다. 종교와 문화, 관념이 바로 이런 인식에 기반하고 있어야 한다.
|
반다나 시바는 "지난해 12월말 스웨즈 공장이 갠지즈강 유역에 세워지기로 했으나 뉴델리 시민들이 나서 막아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지하수를 파려면 그 지역주민들로부터 땅을 사야 합니다. 당시 뉴델리에서 땅을 징발당한 농부들을 조직해서 저항을 시작했지요. 우리가 왜 스웨즈공장이 세워지면서 10배나 더 되는 돈을 주고 물을 사먹어야 하느냐고 말이에요. 우리는 빼앗긴 물 권리를 찾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열심히 싸웠습니다."
반다나 시바는 세계사회포럼이 끝나면 인도 남부 퀘랄라주로 떠난다. 아룬다티 로이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코카콜라 공장에 물문제를 항의하기 위해서다. 퀘랄라주 주민들은 "코카콜라 공장이 매일 150만 리터의 지하수를 훔치고 있다"고 외치고 있고, 만일 갠지즈강 유역에 스웨즈 공장이 들어선다면 그들은 매일 6억3500만 리터의 물을 가져갈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코카콜라는 우리가 마실 물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 공장 앞에서 항의하지 못하나요? 세계사회포럼이 끝나면 우리는 코카콜라 앞에서 한판 큰 싸움을 벌일 거예요.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물 대신 왜 자꾸 콜라를 마실까? 혹시 물이 정말 필요할 때 콜라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당장 싸움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코카콜라에 항의하기 위해 인도 남부 퀘랄라주로 갈 것
반다나 시바는 인도 현지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현장에 항상 맨 앞에 선다. 그는 한국 시민사회에도 이런 말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당장 한국에서는 '물의 민영화'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계화는 조금씩, 조금씩 민중의 삶을 갉아먹습니다. 그런 세계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세계화 연대'가 필요합니다. 거대한 파도 위에 우리는 혼자 설 수 없지만, 지구인 모두가 어깨를 건다면 분명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런 희망이 있기에 우린 오늘도 싸울 수 있는 것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포럼에 지칠 법도 한 그는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위해 투쟁하는 운동가의 얼굴은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
/장윤선 기자 (sunnijang@OHMYNEWS.COM)
-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흐름과 소통]‘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논란 전문 (0) | 2008.09.05 |
---|---|
마포에 '민중의 집' 열다 (0) | 2008.08.16 |
[개번 매코맥 칼럼](7) 미친 소, 성난 민심 (0) | 2008.08.11 |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에티엔 발리바르) (0) | 2008.07.21 |
[경향]마포에 일군 ‘실천 인문학’ 꽃밭 (0) | 2008.07.0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