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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게 버림받은 조선일보 김대중, 반미주의자가 되다?

한반도

by DemosJKlee 2008. 11. 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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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악의 축' 소리나 하지 말든지…
'핵보유 인정' '테러국 해제' 민감한 시기 對北 면죄부
한국인들의 북한핵 우려 부시는 안중에도 없는 듯

김대중·고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19/2008101900760.html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인 크리스토퍼 힐을 조롱조로 '김정힐'이라고 부른다. 북한 김정일의 '일' 대신 '힐'을 합성한 것으로 그가 대북 핵 협상에서 사사건건 김정일에게 양보만 해온 것을 비꼰 것이다.

 

그 별명(?)에 걸맞게 힐 차관보가 주관해온 대북 핵협상은 먼 길과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이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그의 핵 협상은 '영변의 핵시설'을 제외한 그 이외의 지역, 이미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30~50㎏ 무기급(級) 플루토늄의 재고(在庫), 그리고 농축우라늄과 핵 수출 등의 검증문제에서 제대로 얻어낸 것 없이 매듭지어지고 있다. 결국 미·북 협상의 총체적 결산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은 셈이고 미국은 그런 상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대상에서 해제해준 꼴이다.


김정일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호기 있게 출범한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협상은 어째서 이렇게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나게 되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고 이제 임기 말에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북한 핵 문제 하나라도 건져볼까 하는 초조함에서 일을 그르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거기에 '언론꾼'(media hog;한때 힐의 보좌역을 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표현)인 크리스토퍼 힐의 업적주의 내지 영웅주의가 가세했다. 이미 고철이나 다름없던 영변 냉각탑의 폭파, 크게 내키지 않아 했던 뉴욕필 오케스트라를 설득해 이끌어낸 평양 공연,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신고서 등 서류 꾸러미를 들고 판문점을 넘어오는 이벤트를 벌인 것 등은 힐 차관보의 언론플레이가 얼마나 계산적이며 쇼적(的)인 것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북핵의 궁극적 제거를 기대해오던 한국사람들에게 힐의 협상결과는 배신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힐 차관보에게 북핵의 위험에 따른 한국의 안보와 한국인의 우려는 안중에 없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오로지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협상 그 자체의 성공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닐까. 현실적으로 북핵은 미국에 위협거리가 아니다. 운반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이 끝내 핵을 놓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하나는 정권 안정용이고 다른 하나는 대남 공갈 내지 위협용이다. 그래서 북핵은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다. 힐이 그것을 깊이 의식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특히 미국이 실속 없는 합의를 근거로 북한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시켜 준 타이밍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說)로 정치적으로 지극히 민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의 식량사정은 극도로 악화돼 내년 춘궁기에 대량 아사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 정권과 중국의 관계는 심각하리만치 악화되고 있다고 탈북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후진타오 등 중국지도부는 김정일 정권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북한정권의 존립 면에서 미묘한 파랑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김정일 정권에 어떤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고무하는 듯한 부시 행정부의 처신은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고 있는 사람과 세력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그럴 바에는 애당초 '악의 축' 소리나 하지 말 것이지, 한때는 '북한 민주화'의 선봉에라도 선 듯이 팡파르를 울리더니 이제 퇴임을 얼마 안 남기고 김정일에게 웃음을 보내는 따위의 행위는 어느 면에서 우리를 화나게 한다. 어쩌면 당분간 한국 내에서 좌파들의 반미데모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유일한(?) 득(得)이라고나 할까.

 

지난 5월 26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핵 전문가로 일하다가 지난 연말 밀려난 캐롤린 레디가 한 말을 인용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을 응징하려는 모든 노력을 "그만 접고 단념하도록 지시받았다. 그것은 더 이상 협상이 아니었다. 채찍은 더 이상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힐 차관보가 '협상의 귀재'라고들 하는데 이미 협상은 없었다니 그는 아마도 '당근의 귀재'였는지도 모르겠다. 부시나 힐 모두 입만 열면 한국에 대해 좋은 말들을 해 왔다. 그러나 북한주민이 김정일의 공포정치, 탄압정치, 독재정치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온 사람들에게 그들은 더 이상 미더운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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