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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대포, 인체 유해성 인권침해 논란 점점 증폭

문화읽기

by DemosJKlee 2010. 10. 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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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대포 맞아보니 “고막 뿐 아니라 머릿속까지 충격”
장비 개발자 “장비 전면의 좁은 지역만 퍼진다는 경찰 설명은 거짓말”

서울대 시뮬레이션 결과 “도심 고층건물로 소리 증폭돼 피해 더 커져”
  임지선 기자 허재현 기자

 

 

» 경찰이 새로 도입한 진압장비 ‘지향성음향장비’(음향 대포)를 1일 오후 서울 동대문 제1기동단 운동장에서 시연회를 열어 언론에 공개했다. 32미터 거리에서 소음도를 측정하던 경찰들이 귀를 막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1일 경찰이 ‘지향성음향장비’의 시연회를 여는 등 안전성 논란([♣<한겨레> 9월28일치 9면♣])의 진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경찰이 장비에 대해 설명해 온 자료가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장비에 노출된 이들의 뇌나 안구 등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집회 시위시 안전한 관리를 위한 장거리 음향장비 시연회’을 열어 해당 장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경찰은 “불법폭력시위나 도심도로 점거시에 경고음향을 송출해 시위대의 접근을 막을 수 있고,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인 충돌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효용성을 강조했다. 또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도 “해당 장비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뉴미디어·통신 공동연구소에 의뢰해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소의 성굉모 교수는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미국산과 국산 두 제품에 대한 성능 시험을 한 것일 뿐 사람과 관련한 안전성 평가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이 120㏈ 이상의 음향에 1초도 노출돼선 안된다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지향성음향장비 개발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향성음향장비의 전면, 좁은 지역에만 소리가 퍼진다는 경찰의 설명은 거짓”이라며 “150㏈의 음향을 전면으로 쏜다면 장비 뒤쪽에도 100㏈ 이상의 소리가 퍼지기 때문에 음향을 쏘는 사람도 고막 보호대 등을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향성음향장치로 공격 음향을 퍼뜨릴 경우 고막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뇌, 안구 등 사람의 장기를 뒤흔들어 신체적·심리적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일반 소음 기준으로만 이 장비의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이 그랬듯 나 역시 이 장비가 도심에서 민간인을 향해 사용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에서 이번에 도입 예정인 지향성음향장비의 도심 작동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도심에서는 고층 건물에 가로막혀 소리가 더욱 증폭돼 그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분석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리로 된 건물의 경우 소리 증폭의 규모가 더 커져 시위대를 상대로 쏜 ‘음향폭탄’이 주변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향성음향장비는 고막뿐 아니라 정신보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경찰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며 “인체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아 캐나다 법원도 사용을 제한한 장비를 우리가 성급히 들여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삐삐삐삐”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에 내리꽂혀


‘음향 대포’ 직접 맞아보니

 

“자~, 이제 시연하겠습니다.”

 

 경찰의 예고와 함께 기자들을 향해 음파가 날아들었다. “삐삐삐삐” 하는 소리가 귓속을 울렸다. 소음이 아주 컸다. 분명 내가 듣고 있는 건 소리인데 사방으로 퍼지는 소리라기보다는 뭔가가 날카로운 것이 고막에 내리꽂히는 느낌이었다. 경찰은 "소리가 좌우로 넓게 퍼지지 않고 거의 똑바로 모아지면서 나가게 된다"며 "이 소리를 듣고 달아나지 않는 시위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음파를 듣고 있자니, 매우 불쾌한 느낌이 치밀었다. 내가 시위대라면 당장 현장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 같았다. 좀더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싶어졌다. 취재 때문에 꾹 참았지만 귓속이 계속 근질거렸다.

 

 음파가 끝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이 밀려왔다. 그런 느낌은 3초 정도 지속됐다.  

음향장비로부터 100m 근방과 64m 근방, 32m 근방으로 나뉘어 시험대에 섰다. 거리마다 130db, 140db, 150db씩 세 차례 발사되는 음파를 들었는데 100m 근방에서 들었을 때는 조금 견딜만 했지만, 30m 근방에서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다.

 

 음파를 듣고난 뒤에도 두통은 가시지 않았다. 왼쪽 뇌 부위를 계속 뭔가가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됐다. 3시간이 지난 뒤에도 두통과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느낌은 사람마다 다른 듯 했다. 어떤 기자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고, 다른 기자는 그냥 불쾌하고 짜증난다고 호소했다. 음파에 대한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른 탓인 듯했다.

 

 시연에 참여한 경찰은 귀마개를 착용했고, 음파를 쏠 때 일부 경찰은 괴로운 듯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기사등록 : 2010-10-01 오후 03:59:34 기사수정 : 2010-10-01 오후 0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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