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와다 하루키 칼럼]연평도 포격사건, 북·미는 대화·교섭의 장으로

한반도

by DemosJKlee 2010. 12. 17. 19:13

본문

경향닷컴 홈으로 이동

 

[와다 하루키 칼럼]북·미는 대화·교섭의 장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회담과 6·15 공동선언 이후 한국 국민들은 남북 간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대낮에 북한군의 포격으로 섬 주민과 군인이 숨지고 가옥 등이 파괴됐다. 한국 국민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 당초 사태 확대를 경계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한 대응 조치를 결정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북한 연구자이지만, 군사문제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선 모르는 게 많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11월24일자 성명을 보자. 성명은 연평도 일대를 ‘예민한 지점’이라고 규정했다. 북측은 이곳에서의 포격훈련을 중지할 것을 남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평도는 해상군사분계선으로부터 우리 측 영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그곳에서 포실탄 사격을 하면 어느 방향으로 쏘든 포탄은 우리 측(북한) 영해 안에 떨어진다.” 한국은 23일 오후 1시부터 연평도에서 포탄 수십발을 북한 쪽 반대방향인 남쪽을 향해 쐈다. 그러나 포탄은 모두 북한 영해에 떨어졌고 이에 남측 진지를 공격하는 ‘자위조치’를 취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동북아지역 다국간 협의 필요

이 성명은 놀라울 따름이다. 섬은 한국 땅으로 인정하지만 섬 주변 해역은 북한 영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인가. 고 리영희 교수의 북방한계선에 대한 논문을 꺼내 읽어봤다. 1999년 6월 연평도 서북 해상에서 발생한 남북 해군 간 무력충돌사건 후에 쓰여진 논문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에서는 서해상에 쌍방이 합의해 그은 ‘경계선’은 한강과 예성강의 합류점에서 우도까지이고, 연평도 등 5도는 유엔연합군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둔다고 규정했다. 그 외 해역에는 어떤 경계선도 그어지지 않았고 합의도 없었다. ‘북방한계선’은 합의된 경계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평도는 북한 땅에서 4㎞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 측이 이 섬의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바다 경계선은 중간에서 나누면 된다. 그러나 북한은 연평도의 특수성과 해양법상의 영해 12마일(20㎞)을 거론하며 섬 주변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해역은 분쟁지역이다. 2007년 10월4일 노무현·김정일 선언에서 이 지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만들어 공동어로구역, 평화수역 등을 설정하자는 구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환상으로 끝났고, 이후 이 해역에는 긴장이 계속됐다.

한국의 포격을 묵인할 수 없다는 북한의 논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섬의 남쪽을 향한 포격을 자국 영해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고 군인뿐만 아니라 주민이 사는 섬을 향해 포격한 것은 비정상적이고 위험천만한 행위다.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해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북한 지도부가 왜 이런 결단을 내렸는지 큰 의문이 든다.

북한 지도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10년간의 남북포용 체제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한국 국민은 안도했다. 이제 남북 간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데다 북한도 전쟁을 바라지 않고, 하지 않는다고 서약했다. 북한에 대한 호의, 관심이 고조돼 많은 한국인들이 방북했다. 경제협력도 개성공단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그 결과 한국인은 북한이 빈궁하고 뒤처진 나라이지 위협할 만한 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여겼을까. 통일은 하고 싶지만 당분간 통일하지 않아도 좋다거나 평화적 관계를 위해 어느 정도의 원조를 해 나가면 된다고 여긴 게 아닐까. 과거 10년간의 남북포용 체제는 한국인에게 그러한 우월감과 안심을 심어준 것 같다.

반면 북한 사람들은 남북교류 등의 채널을 통해 한국 발전상을 목격한다. 개성공단을 통해 돈은 벌 수 있지만 북한 경제가 비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은 주기만 하고, 이대로 가면 김대중 대통령이 약속은 했지만 한국에 흡수통일되고 마는 게 아닐까 우려한다. 이는 북한 지도부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렇게 된 데는 미국, 일본과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만 의지하는 남북포용 체제 때문이라고 북한은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은 러시아, 중국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도 돕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처지가 다르다. 한국 외에 미국, 일본과는 어떤 관계도 수립하지 못했다.

1999년 북한 권부 2인자인 조명록이 워싱턴을, 미 국무장관 올브라이트가 평양을 방문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가 싶더니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현에 기대를 걸었으나 그는 등을 돌렸다. 일본의 경우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 고이즈미 총리를 초청해 회담, 북한으로선 과감한 양보를 했지만 또다시 배신을 당했다. 지금 북·일 관계는 전례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은 일본이 얼마든지 제재를 가한다 하더라도 일본이 공격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협정을 맺지 않은 채 반세기가 지나서 보니 미국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미국과는 1953년 정전협정 외 어떤 협정도 조약도 없다. 그리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 중인 나라다. 미국에 나약함을 보인다면 당한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다. 이에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평화체제 구축을 주장해왔다. 연평도 문제는 정전체제의 결여, 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일환이다. 한국군의 훈련에 반격을 가하는 것이자 미국과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격이라고 김정일은 생각한 것일까.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육지를 포격하면 한국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2000년 이후 형성돼온 평화 지향의 무드를 차버리게 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2012년에 경제 재건과 국민생활에 결정적 전환을 꾀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지도자가 어떻게 이런 난폭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는 김정일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군사적으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교섭의 끈을 준비해야 한다. 이 이상의 폭발을 방지하는 데는 군사적 압력만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북교섭 나서게 해야

지난해 8월 필자는 한·미·일 지식인 공동성명을 추진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화와 교섭의 장으로 돌아와 긴장완화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를 위해 공개, 비공개를 불문하고 양국 간이든 다국 간이든 특사 파견을 포함한 북·미 교섭의 즉각 개시를 요구했다. 이어 “양 정상은 북·미 교섭의 목표는 양국관계의 정상화, 전쟁상태의 종결,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점을 명언하고 그 첫걸음으로 상호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양국 국민은 두 정상의 노선을 지지하길 바란다”고 성명을 냈다. 지금, 다시 이같이 요구해야 한다.

 

둘째, 동북아 지역의 나라들이 참가하는 다국간 협의가 필요하다. 중국은 6자협의 관계국 간 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6자협의는 핵문제와 직접 연결된 기구이기에 오히려 아젠다를 넓힐 필요가 있다. 작년 성명에서는 “대량살상무기와 통상무기를 포함, 이 지역의 군비 레벨을 끌어내리기 위해 동북아 군축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동북아의 바다와 섬들의 평화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회의를 개최해 센카쿠열도, 서해5도, 독도(다케시마), 북방4도 등의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남북, 북·미 사이에 서서 행동해야 한다. 현 일본 정권은 최악의 상태다. 한·미·일 간 제휴를 도모하는 게 최우선이다.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를 해결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 교섭의 문을 열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 남북은 당분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북한이 사죄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 일본으로 하여금 대북교섭에 나서도록 하는 게 한국으로선 이익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