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 “미국이 북한의 선의 거절” 정책변화 거듭 촉구ㆍ미 여론도 ‘양분’… 북, 싱가포르 접촉서 재론할 듯기사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182123435&code=910303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대화 창구가 열려 있다면서도 언제나 “공은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고 말해왔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고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 ‘북핵 불용’ 입장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암묵적 지지를 보낼 때의 얘기였다.
북한이 지난 10일 미국 정부에
한·미의 연합군사훈련 잠정중단과 북한의 핵실험 잠정중단을 주고받는 신뢰구축 조치를 제안한 뒤 게임의 판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으나 그동안 북한 핵 개발에 대해 미국과 함께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해온 중국이 북한의 이번 제안을 적극 옹호하면서 미국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싱가포르서 접촉… 식사는 ‘따로’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 리용호 외무성 부상(왼쪽 사진 앞줄 왼쪽)이 18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수행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같은 시간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오른쪽 사진 위쪽)도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 국가비확산센터 소장 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리 부상 일행은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싱가포르에서 보즈워스를 비롯한 미 국무부 전직 관리들, 한반도 전문가들과 만나 ‘반관반민’ 형태의 접촉을 갖는다. 싱가포르 | AP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9일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한·미훈련과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교환하자고 제의했다. 미 국무부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북한은 몇 시간 뒤인 10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이 제안을 공개해버렸다. 그러자 국무부는 “(핵실험을 하겠다는) 암묵적 위협”이라며 북한의 제안을 공식 거절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북한의 제안을 거부한) 워싱턴의 행동은 분단된 조선반도의 신뢰 조성과 평화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통신은 “
미국은 이번 제안을 ‘암묵적 위협’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조선이 평화적인 해법으로 내놓은 일종의 선의”라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12일·16일에도 똑같은 비판을 이어가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거듭 촉구했다. 최근 1~2년 새 중국을 자기편으로 한발 더 끌어왔다고 자부해온 미국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자 사설에서 “
미국이 북한 의도를 다시 한번 시험해본다고 손해보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더 책임있는 파트너로 나설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실험 유예 제안은 미국이 무시하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제의에 첫 반응을 부정적으로 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제안을 공개하지 않고 시간을 좀 더 줬더라면 더 논의해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 태도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제안이 아직 완전히 ‘죽은 카드’는 아니다. 북한은 뉴욕·제네바의 유엔 대표부, 현학봉 주 영국대사 등의 기자회견을 통해 여전히 이 제안을 갖고 미국 측과 만나 좀 더 설명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니 해킹 사건 이후 미 의회를 중심으로 테러지원국 재지정, 추가 제재 등으로 대북 압박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팽배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오바마가 향후 2~3개월 동안 이란과의 핵협상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북·미관계 진전을 어렵게 한다.
북한은 18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미국과의 ‘1.5트랙(반관반민) 협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의에는 북한 외무성 리용호 부상과 최선희 부국장이 참석해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전직 미 고위관료들과 북·미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이어 이달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