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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정상회담-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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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mosJKlee 2018. 3. 3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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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정상회담]김정은 “한·미와 비핵화 대화, 단계적·동시적으로 나갈 것”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선대의 유훈”이라며 남측 특사단에 밝혔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미국과의 대화 의향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다만 비핵화 방식에서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인 주고받기를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기대하는 ‘일괄타결’과는 다른 접근법을 천명했다. 4~5월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 우리의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한국과 미국이 선의를 갖고 우리들의 노력에 호응해온다면 평화안정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결심에 따라 남북관계를 전환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대화 및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언급이 북한 매체가 아니라 중국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점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와 같다. 북한은 자국 매체를 통한 발표에는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한국 정부를 통해 전해진 데 이어 중국을 통해 ‘교차확인’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밝힌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는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바라는 방식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북·미대화에 난항이 예상된다. 허버트 맥매스터의 후임자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존 볼턴 전 주유엔 대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첫 북·미 회담에서부터 리비아식 핵폐기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 문제를 일괄타결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에 비해 김 위원장이 밝힌 접근은 과거 6자회담의 2005년 9·19 공동성명과 같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단계적으로 주고받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북한과 미국의 중간에서 ‘비핵화’ 해법을 중재해온 문재인 정부로서도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병진노선을 얘기하며 비핵화 해법을 상세히 밝히지 않던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그 해법을 비교적 상세히 내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은 9·19 공동성명이라는 원론적 합의를 하고 이행은 2·13 합의와 10·3 합의같이 잘게 쪼개서 하려는 과거 접근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핵화 과정이 결코 정상 간의 담판 한 번으로 완료될 수 없고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9·19 공동성명이 이행 과정에서 좌초했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금 추진 중인 것이 9·19와 달리 정상 수준의 ‘톱다운’ 합의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치밀한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에 방중 먼저 제의…치밀한 ‘밑그림’ 그린 김정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282205005&code=910303#csidxd0c5040e759acf9a2e3c47e2977f909

ㆍ작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후 남북대화 지렛대 삼아
ㆍ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중국까지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ㆍ허 찌르는 과감한 행보 주목…“정부, 경계와 대비 필요”


한반도 정세 대변환 국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이고 주도면밀한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전략으로 미·중 등 주변 강국과의 외교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논의,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방안 등 현안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된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27일 특별열차로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중국을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김 위원장은 27일 시 주석 주최 오찬 연설에서 중국이 자신의 전격적인 방중 제의를 수락해준 것에 사의를 표하며 7년 만에 열린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자신의 제의로 이뤄진 것임을 알게 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북한이 한국,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일을 만들어 나가는 치밀함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열기 위해 남북관계를 먼저 이용하고,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끌어들이는 수순을 밟았다. 


북한은 이 같은 변화를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핵·미사일 프로그램에만 몰두하던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빠르게 태도를 바꿨다. 또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대화를 재개한 뒤 이를 징검다리 삼아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북·미 협상에 대비해 우군이 될 수 있는 중국을 ‘온보드’시키는 과정에서는 최근 미·중 갈등을 십분 활용하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완성하기 직전 단계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확보를 가장 우려하는 미국을 협상 국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한 당국자는 28일 “지금 한반도 정세 변화의 추동력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 나온 것”이라며 “북한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 북측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측의 변화가 순전히 제재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강력한 제재도 북한의 변화에 영향을 줬겠지만 그보다는 북한이 철저하게 자신들의 시간표에 맞춰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행보로 미뤄 북한은 앞으로 펼쳐질 북·미 정상회담 등도 충분히 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이은 우군 확보를 위해 러시아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향후 펼쳐질 대화와 협상 국면에서 한·미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북한 전략에 끌려갈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온다. 


한·미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복잡한 협상을 빈틈없이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정부 관계자는 “한·미는 아직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과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비와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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