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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보이지 않게 때려라’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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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mosJKlee 2008. 7.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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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보이지 않게 때려라’ 명령”
촛불진압 의경 밝혀…‘양심선언’ 회견은 취소
한겨레 황춘화 기자
» 5월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촛불시위 진압작전에 투입된 한 의경이 “부당한 시위진압 명령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하려다 부모들의 만류로 취소했다.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 중인 이아무개(24) 이경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촛불진압 현역 의경의 인간선언’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회견을 주선한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는 “지난 23일 2박3일 특별외박을 나온 이씨가 ‘부당한 시위진압 명령을 더는 따를 수 없다’며 도움을 요청해 와 회견을 준비했다”며 “그러나 이날 이씨의 부모들이 양심선언을 강력히 만류해 일단 회견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 경찰이 29일 새벽 0시20분께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이 놀라 달아나는 시민들을 지하도 들머리까지 쫓아가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씨는 전날 <한겨레21> 등과의 인터뷰에서 양심선언을 결심한 배경과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의 심경 등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지휘관들이 (시위대를) ‘보이지 않게 때려라’고 명령하는데 이에 저항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저항을 결심했다”며 “새벽 진압이 끝난 뒤 내 안에 있는 인간성이 하얗게 타 버린 것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이경은 물대포가 처음 등장한 지난 5월31일~6월1일 청와대 앞 시위를 포함해 수차례 촛불시위 진압작전에 투입됐다. 그는 “예전부터 군대와 징집 제도에 회의적이어서 타협책으로 의경에 입대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위진압에 동원됐다. 진압이 끝나고 선임들에게 폭언을 들으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관들이 시위대의 안전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니까 때리지 마라’ ‘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라’는 식으로 교양을 한다”며 “시위 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안 보이게 많이 울었다”고 토로했다.

이 이경은 복귀 시한인 이날 저녁까지 부대로 돌아가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시내 모처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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