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석학들의 대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통일’
■ 이매뉴얼 월러스틴 교수는 누구?
◎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 캐나다 맥길대 교수
◎ 뉴욕주립대 빙엄턴교 석좌교수
◎ 세계사회학회 회장◎ 현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
◎ 주요 저서 : <세계체제론>, <유토피스틱스>, <자유주의 이후>, <세계체제분석>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체제를 함께 아우르는 석학들의 고담준론은 현실을 꿰뚫었다. 미국에서 온 석학은 핵확산의 불가피성, 한반도 통일의 어려움 등 냉엄한 현실을 일깨우는 차가운 메스를 들이댔고, 점진적이면서도 변혁적인 통일을 바라는 한국의 석학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10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이매뉴얼 월러스틴(사진) 예일대 석좌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초청해 ‘급변하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통일’이라는 주제로 ‘석학들의 대화’를 열었다.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월러스틴 교수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지탱해온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퇴조로 혼란이 일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세계체제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백낙청 교수는 세계체제의 전체적인 흐름과 한반도 문제를 접합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수훈 교수는 세계체제론을 이론적 거점으로 삼아 한반도·동북아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날 행사는 사회자가 참가자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시작됐으나, 미국 패권의 퇴조 뒤 세계체제의 향배, 한반도의 통일 방향 등의 깊은 주제로 들어가자 나중에는 참가자들끼리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등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미-중 사이 환율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이 마지막 보루였던 달러화에서도 패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으며, 이는 현재 세계체제의 붕괴와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월러스틴의 진단에는 참석자들 모두가 기본적으로 공감했다. 월러스틴은 “그 누구도 예측 가능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진다”며 다극적 통화체제의 출현, 주식시장의 이유 없는 등락, 각국 정부의 재정 빈곤, 수익율의 지속적인 하락 등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사례로 들었다.
특히 월러스틴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 또한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10~15년 사이 ‘핵확산’이 급격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것이 새로운 세계체제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패권의 퇴조는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민족주의’ 강화 경향으로 나타나는데, 핵확산도 여기에서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50년만 지나면 25개국 이상이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또다시 ‘공포의 균형’(핵보유국끼리 되레 전쟁을 자제하는 현상)을 바라야 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놨다.
반면 백낙청 교수는 “전세계에서 핵무기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어떤 의미 있는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새로운 세계체제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며 희망적인 가능성을 말했다. 현재 세계체제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는 민중의 변혁적인 노력이 평화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동북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백 교수의 낙관론적 전망이다. 또 시민들의 주도로 점진적 통일을 이루는 ‘시민참여형 통일’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진단과 전망도 엇갈렸다. 백 교수는 “연합체든 연방이든 느슨한 중간 단계를 거쳐 점진적인 통일로 나간다는 큰 방향은 세워져 있는 상태”라며 “다만 남쪽은 흡수통일을, 북쪽은 체제 유지를 내심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시민의 압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러스틴은 “어떻게든 통일은 이뤄질 것이라 본다”면서도 남북관계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에 비유해 그 어려움을 강조했다. 대립하고 있는 양쪽이 각자 내부적으로 중요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합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월러스틴은 “그렇다면 외부의 환경을 변화시켜 그 흐름 속에서 남북 양쪽이 통일에 대해 느끼는 매력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동북아공동체 구성 등을 실천 사례로 들었다.
한편 천안함 사건에 대해 월러스틴은 “50~60년 뒤에도 사건의 실체에 대해 끝없는 논란이 이어지겠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지적 에너지를 소비할 일은 아니”라며 “한반도가 통일에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실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월러스틴은 한반도 통일과 함께 중국과 일본 사이의 ‘조정자’로서 동북아의 균형을 잡는 것을 한국의 과제로 꼽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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