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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 공포의 균형, 한국, 일본, 대만 핵무장

한반도

by DemosJKlee 2014. 3. 13.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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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1 20:33 수정 : 2010.11.11 20:33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석학들의 대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통일’

 


■ 이매뉴얼 월러스틴 교수는 누구?
◎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 캐나다 맥길대 교수
◎ 뉴욕주립대 빙엄턴교 석좌교수
◎ 세계사회학회 회장◎ 현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
◎ 주요 저서 : <세계체제론>, <유토피스틱스>, <자유주의 이후>, <세계체제분석>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체제를 함께 아우르는 석학들의 고담준론은 현실을 꿰뚫었다. 미국에서 온 석학은 핵확산의 불가피성, 한반도 통일의 어려움 등 냉엄한 현실을 일깨우는 차가운 메스를 들이댔고, 점진적이면서도 변혁적인 통일을 바라는 한국의 석학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10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이매뉴얼 월러스틴(사진) 예일대 석좌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초청해 ‘급변하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통일’이라는 주제로 ‘석학들의 대화’를 열었다.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월러스틴 교수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지탱해온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퇴조로 혼란이 일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세계체제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백낙청 교수는 세계체제의 전체적인 흐름과 한반도 문제를 접합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수훈 교수는 세계체제론을 이론적 거점으로 삼아 한반도·동북아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날 행사는 사회자가 참가자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시작됐으나, 미국 패권의 퇴조 뒤 세계체제의 향배, 한반도의 통일 방향 등의 깊은 주제로 들어가자 나중에는 참가자들끼리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등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미-중 사이 환율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이 마지막 보루였던 달러화에서도 패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으며, 이는 현재 세계체제의 붕괴와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월러스틴의 진단에는 참석자들 모두가 기본적으로 공감했다. 월러스틴은 “그 누구도 예측 가능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진다”며 다극적 통화체제의 출현, 주식시장의 이유 없는 등락, 각국 정부의 재정 빈곤, 수익율의 지속적인 하락 등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사례로 들었다.

 

특히 월러스틴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 또한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10~15년 사이 ‘핵확산’이 급격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것이 새로운 세계체제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패권의 퇴조는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민족주의’ 강화 경향으로 나타나는데, 핵확산도 여기에서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50년만 지나면 25개국 이상이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또다시 ‘공포의 균형’(핵보유국끼리 되레 전쟁을 자제하는 현상)을 바라야 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놨다.

 

반면 백낙청 교수는 “전세계에서 핵무기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어떤 의미 있는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새로운 세계체제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며 희망적인 가능성을 말했다. 현재 세계체제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는 민중의 변혁적인 노력이 평화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동북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백 교수의 낙관론적 전망이다. 또 시민들의 주도로 점진적 통일을 이루는 ‘시민참여형 통일’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진단과 전망도 엇갈렸다. 백 교수는 “연합체든 연방이든 느슨한 중간 단계를 거쳐 점진적인 통일로 나간다는 큰 방향은 세워져 있는 상태”라며 “다만 남쪽은 흡수통일을, 북쪽은 체제 유지를 내심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시민의 압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러스틴은 “어떻게든 통일은 이뤄질 것이라 본다”면서도 남북관계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에 비유해 그 어려움을 강조했다. 대립하고 있는 양쪽이 각자 내부적으로 중요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합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월러스틴은 “그렇다면 외부의 환경을 변화시켜 그 흐름 속에서 남북 양쪽이 통일에 대해 느끼는 매력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동북아공동체 구성 등을 실천 사례로 들었다.

 

한편 천안함 사건에 대해 월러스틴은 “50~60년 뒤에도 사건의 실체에 대해 끝없는 논란이 이어지겠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지적 에너지를 소비할 일은 아니”라며 “한반도가 통일에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실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월러스틴은 한반도 통일과 함께 중국과 일본 사이의 ‘조정자’로서 동북아의 균형을 잡는 것을 한국의 과제로 꼽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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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핵 없는 한반도’ 합의 문서 휴지조각 되나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 ㆍ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주년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2010년 11월 방한, 한 대학에서 강연하면서 2020년이면 한국도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를 보호해줄 거라고 생각해 미국에 의존한 것이라면 한국은 가느다란 동아줄을 잡은 것이다. 미국 패권이 더 후퇴하게 되면 한국, 일본, 대만도 미국 핵우산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할 것이다. 핵전쟁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공포의 균형’으로 동북아 정세는 역설적으로 더 안정될지도 모른다.”

    북핵 협상의 역사와 거기에 쏟은 한국인들의 피땀을 잘 모르는 월러스틴의 전망을 가슴 깊이 새긴 사람은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정몽준 의원인 것 같다. 정 의원은 최근 “공포의 균형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며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려면 미국에 의존하는 핵 전략을 넘어 핵무장을 해야 하며, 당장 핵무기를 갖지 않더라도 보유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1992년 2월19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원식 총리(왼쪽)와 연형묵 북한 총리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의 상호 발효를 확인하는 통지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된 지 20년, 한국 대권주자 중 한 명의 입에서 이처럼 선명한 핵보유론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다. 북한은 지난 4월13일 수정 헌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으로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핵보유를 헌법에 명문화했으니, ‘북핵 문제 협상은 끝났다’는 보수진영 일각의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핵심 내용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配備·배치하여 설비),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노태우 정부 때 발효된 이 선언은 이후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등으로 인해 국가 간 상호약속으로서 효력이 상실됐다. 그렇다고 한국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버릴 것인가. 북핵 문제를 맡은 한 정부 당국자는 “문제는 우리”라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북 양쪽이 했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먼저 한 비핵화 선언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우리가 먼저 한 선언’이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11월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을 말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먼저 비핵화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하겠으니 북한도 같이하자는 제안이었다. 한국이 지난 20년간 도덕적 우위를 갖고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해온 배경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선언에서 비핵화 공동선언을 계속 지켜나가자고 했고, 지금도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이 선언을 원용하고 있다. 우리마저 선언이 깨졌다고 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끝”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했으니 한국도 핵무장으로 가자는 주장은 실익에도 반한다. 한·미 동맹의 근본은 핵우산이라는 큰 프레임 밑에 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순간 보수진영이 가장 중시하는 한·미 동맹의 근본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를 강하게 반대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핵 비확산 체제’가 무너지는 데다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핵을 보유하려면 미국으로부터 허락을 얻어야 하나,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은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협상에서 한국의 핵연료 확보 차원의 우라늄 농축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단순히 북한과의 약속만이 아니라 비확산이라는 국제사회 전체의 규범 성격을 가진다. 북한이 밉다고 이것을 집어던진다면 결국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같은 존재가 돼버릴 것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북한 핵 문제 해법의 전망이 보이지 않을수록 핵보유론은 더 강해질지 모른다. 다만 시민들은 무엇이 현명한 길인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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