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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24 조치 해제 검토’에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안 할 것”

한반도

by DemosJKlee 2018. 10. 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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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24 조치 해제 검토’에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안 할 것”

등록 :2018-10-11 11:03수정 :2018-10-11 20:34


강경화 장관의 ‘해제 검토’ 발언에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안 한다”
‘북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 없다’ 강조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서도
제재 완화 놓고 줄다리기 예상

“승인”이라는 표현은 주권침해 논란도
‘미국이 허락하는 것만 하라’ 인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 유세에 참석해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이리/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 유세에 참석해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이리/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5·24 대북제재조처 해제를 검토한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서 북한 비핵화보다 앞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서도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속국으로 인식하는 듯한 “승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묻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걸 안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nothing)도 안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기자들이 ‘그들(한국)이 당신과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 접촉해왔느냐’고 묻자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전날 강경화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의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가 “관계부처가 검토”,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검토는 아니다”로 답변을 수정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5·24 조처는 △남북교역 중단 △개성공단 ·금강산지구 제외 방북 불허 △북한 주민과 접촉 제한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등의 내용이다. 이후 해제되기 시작해 현재 ‘남북교역 중단과 신규 투자 불허’가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하게 한국 정부의 ‘5·24 조처 해제 검토’에 관해 인지한 상태에서 이런 답변을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나 일부 면제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한국은 미국 승인 없이 대북 제재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상 ‘미국 허락 없이 제재를 풀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밝혀온,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을 단호하게 재확인 한 것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나간다’는 미국 행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불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이 북한 비핵화 압박을 약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이런 질문이 나왔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들이 ‘한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북한에 기울어 있다’는 질문에 ‘우리는 정말로 긴밀하게 그들(한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서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경화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했다는 데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우리는 한국과 거의 매일 대화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또 한국 정부의 5·24 조치 해제 검토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는 비핵화 뒤에 오게될 것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매우 중요한 제재들을 유지하고 있다”며 “나는 것들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조처에 대한 상응조처로서 제재 완화·해제 문제가 북-미 간에 첨예한 논쟁사항임을 내비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미국의 승인 없는 제재 완화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서도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도 없다’는 원칙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조만간 실무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곧 (실무협상이) 열리길 바란다”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서 발표할 출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주권침해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통 외교 관계에서는 “조율”, “협의”,“동의” 등의 표현을 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 관계를 전제로 한 듯한 “승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말도 두번이나 했다. 동맹국에 대해 속국 대하듯 ‘미국이 허락하는 것만 하라’는 인식을 자연스레 드러낸 셈이다.


또 미국은 한국에 대북 정책에서의 긴밀한 협의를 요구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한국을 배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24일 트위터로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 사전에 한국과 상의하지 않았다. 더구나 트윗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지 24시간도 안 된 때였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회담 중재역을 맡은 한국과 상의하지 않은 것은 “동맹국에 대한 경솔함”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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