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칼럼]김정일과 오바마의 스마트 파워
-[여적]중·일 키재기 싸움
[이대근칼럼]김정일과 오바마의 스마트 파워
기사입력 2009-02-18 18:23 |최종수정2009-02-18 23:44
이제는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지 내기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쏘지 않는 쪽에 판돈을 걸 사람이 별로 없는, 김빠진 게임인 줄 대부분 눈치를 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내기는 꽤 흥미 있는 일이었다. 한 달 보름 남짓 기간 북한이 과연 쏠 것인가를 놓고 전 세계는 점을 쳐야 했다.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했거나, 미사일에 연료 주입을 했을 때 쏘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이미 무너진 것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2006년 7월5일 발사가 확인되고 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걸 탓할 수는 없다. 쏘지 않으리라는 비합리적 믿음은 당시 정세에서는 나름의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관련한 금융 제재 외에 유엔 제재 경고까지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북한은 얻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북한이 쏘자 유엔은 제재를 했고, 이에 핵실험으로 맞받아쳤다. 유엔은 다시 제재를 했다. 이런 악순환의 결과, 모든 게 파탄이 났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4개월 뒤 6자회담이 재개되고, 2·13 합의가 나왔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핵실험으로 궁지에 몰리기는커녕 미사일 기술을 개선하고 핵보유국을 자처하게 되었으며, 협상 국면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미사일 발사로 곧 부딪칠 北·美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외교를 우선하고, 직접 대화를 하고 김정일과도 만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확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북한에 이익이 될 수 있다. 섣부른 도전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오도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나아 보인다. 대화도 해보지 않고 대결부터 하는 게 올바른 순서 같지도 않다. 그러나 그것은 외부의 시선일 뿐이다. 북한에 오바마는 부시보다 까다로운 상대이다. 부시는 힘만 믿고 밀어붙이다 제풀에 떨어진 이후 내내 북한에 끌려 다닌, 쉬운 상대였다. 부시는 부드럽지도 않았지만 터프하지도 못했으며, 분명한 유인책도 내놓지 않았지만, 효과적인 제재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스마트 파워를 구사하겠다고 했다. 부시처럼 힘만 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배합하고, 확실한 유인책과 확실한 압력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북한에게 부시와 오바마의 이런 차이가 중요하다. 남들이 말하는 차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북한으로서는 이 만만치 않은 오바마의 페이스를 흔들기 위해 먼저 치고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물론 핵도, 미사일도, 핵폭탄보다 더 강력하다는 북한 인민의 일심단결도 아니다. 그건 다름 아닌, 비핵화·한반도 평화에 대한 북한의 공약이다. 비핵화라는 탄두를 가진 미사일에 사람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평화 다짐 때문에 세계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재도 하지만, 참기도 하고, 양보하고 타협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김정일의 힘은 핵·미사일의 하드 파워를 비핵화 및 평화라는 소프트 파워와 적절히 배합한, 스마트 파워의 구사 능력에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기 전후 항상 비핵화 목표를 제시하든가 비핵화를 한 단계 진전시켜왔다. 2005년 2월 핵보유 선언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는 비핵화가 수령님 유훈이라며, 전례없는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고, 곧 9·19 공동선언을 도출했다. 비핵화가 의심받을 때마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비핵화를 빈말로만 했다면, 김정일의 힘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1월에도 김정일은 비핵화 노력을 강조했다. 아마 그 다음 순서는 인공위성으로 명명된 대포동 2호 발사일지 모른다.
겨우 ‘하드 파워’ 대책 뿐인 南
이런 김정일의 스마트 파워가 오바마의 스마트 파워라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 곧 두개의 힘이 부딪치며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두 힘 사이에 남한이라는 존재는 없다. 최근 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남북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라는 것이 서해 현지 군지휘관에게 작전권을 위임했다느니, 자주포로 대응할 준비를 해 두었다느니 하는 것뿐이다. 충돌을 막는 대책이 아니라, 충돌하는 대책이다. 하드 파워면 충분하다는 발상이다. 나머지는? 오늘 서울에 오는 클린턴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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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중·일 키재기 싸움
기사입력 2009-02-18 18:23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클린턴 장관이 첫 순방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을 두고 ‘미·일 동맹 중시의 결과’라며 은근히 자랑했다. 여기에다 오는 24일 아소 다로 총리가 외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게 된 데 대해 일본은 희색이 만면하다.
중국은 자신들이 클린턴 장관의 마지막 순방국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6일 ‘압축극목(壓軸劇目)’이라며 중국이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 하이라이트라고 주장했다. 압축극목은 마지막을 장식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자신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 이 표현에 담겨 있다.
중·일의 신경전에는 클린턴 장관의 방문 순서가 자국과 미국의 관계 중요도, 나아가 국제적 위상과 관련이 있다는 의식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아시아의 맹주로 자처하는 중·일이 드러내놓고 국무장관의 방문 순서와 자국의 위상을 결부시키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못해 처량해 보일 정도다. 두 나라가 도토리 키재기식 싸움을 하고 있다면 지나칠까.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일본은 1998년 클린턴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들을 빼고 중국을 방문하자 마치 미·일 동맹이 끝난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이른바 ‘일본 건너뛰기’ 충격이다. 일본은 ‘일본 건너뛰기’의 악몽 탓에 이번에 첫 순방국이 되기 위해 꽤 요란을 떨었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방문국의 우선 순위를 정할 때 관계의 중요도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실제 클린턴의 이번 아시아 순방도 일정 조정과정에서 일부 순서가 바뀌었으며, 방문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진 나라도 있다. 실용을 앞세우는 미국은 내용에 관심을 두고 있고, 중·일은 형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클린턴 장관 순방에서 드러날 우리의 위상이 궁금하다. 우리 순서는 일본, 인도네시아 다음에 있다. 중·일의 키재기 싸움을 비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승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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