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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릿쿄대-북미와 미중의 지정학적 줄다리기

한반도

by DemosJKlee 2009. 6. 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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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분석들 중에서, 이종원 교수의 분석이 가장 명쾌하고도 차분한 듯 합니다.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들을 계속 읽어왔지만, 한국인 연구자로서 일본에서 거주하고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전문이어서 그런지 그 시야도 무척 넓습니다.

 

- 칼럼에서 언급되고 있는 몇몇 언론의 기사와 논문 등도 참고로.

***조선신보 해설기사: 6자구도의 붕괴

 http://blog.daum.net/_blog/BlogView.do?blogid=0BqbX&articleno=17198304&categoryId=36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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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와 ‘미-중’의 지정학적 줄다리기 / 이종원

 

기사등록 : 2009-06-05 오후 09:32:56

 

한국 현대사에서 5월이 한층 잔인한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이 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후계체제를 둘러싼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한반도 상황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난기류에 돌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을 들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첫 정상회담이나 야심적인 ‘신 아시아 정책’도 북한 핵실험의 그늘에 가리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의 정치·사회적 통합과 남북관계의 안정 없이는 한국의 입지와 행보는 축소되고 제약될 수밖에 없다.

 

대화외교를 표방하고 나선 오바마 정권하에서 왜 북핵 문제가 이처럼 꼬이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하는 것일까? 북한과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구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오바마 정권도 부시 정권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는 북한의 속내에 관해서, 5월30일치 <조선신보>의 기사는 하나의 해설이자 조건의 제시라고도 할 수 있다. ‘오바마의 오판’이라는 소제목하에서 이 기사는 “‘6자회담의 복원’이라는 초점이 빗나간 처방”을 제시한 것이 오히려 긴장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눈앞의 과제는 ‘파탄된 6자회담’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며, “외교적 접근의 과녁을 옳게 설정하지 않는 한 사태는 꼬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북-미 직접교섭”을 갈망하는 북한의 입장이 절박할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은 다자간 외교의 접근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여기에는 클린턴 정권 이래 북-미 양자교섭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이 가지는 수단의 한계와 부담감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부시 정권 후기부터 미국은 중국을 관여시킨 국제협조의 틀을 모색했고 6자회담도 그런 시도의 하나였다. 미국의 “힘의 한계”를 전제로 한 오바마 외교가 전반적으로 국제협조의 방향성을 제창하는 가운데, 특히 동아시아 정책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기축으로 설정하는 발상이 도처에 보인다. 미·중이라는 두 대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G2론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바마 외교는 미국 외교사의 흐름에서 보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다. 윌슨적 이상주의와 수단적 현실주의의 결합이라는 측면도 그렇지만 대국간 협조를 중시하는 외교 수법이 매우 흡사하다. 이란 문제에 관해 러시아의 힘을 빌리는 한편, 아프간과 중동 문제에서는 이란과의 타협 공조를 모색하는 수단은 전형적인 현실주의적 외교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세계적 지역적 질서 구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상주의가 그 토대를 이루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을 계기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미·중이 중심이 된 새로운 “얄타 체제”의 공존 질서가 대두할지도 모를 일이다.

 

5월31일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시엔엔> 인터뷰는 이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통한 대중국 견제론이나, 북한이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한다는 발상에 대해서는 “근시안적”이라 비판하면서, 미·중이 주도하는 ‘동북아 안전보장 회의’를 통해 북핵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70년대 초부터 되풀이돼온 키신저의 지론이지만, 오바마 정권의 한반도 정책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의미는 적지 않다.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하기 위한 물밑의 미-중 공조가 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큰 틀의 한반도 외교 정책이 필요한 때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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