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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세와 동아시아
김재철(가톨릭대 국제학부)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다시 등장한 중국의 대외적 행동이 점차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천안함 사태 처리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견지했다. 나아가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실시하는 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이고 또 지속적으로 표명했을 뿐 아니라 육지와 해상에서 일련의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맞대응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의 공세는 비단 동북아시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남지나해에서도 중국은 지난 달 실탄사격을 포함한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러한 중국의 대외적 행태는 외교적 현안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그동안의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응과 분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제시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에도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이 일련의 사태에 공세적으로 대응한 배경에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려는 정책을 버리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중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전개한 일련의 대응, 특히 합동 군사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는 중국의 인식은 동남아에서 미국이 전개해온 일련의 행동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취임 이후 아세안과의 대화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동아시아정상회의에도 참가하기로 하는 등 동남아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노력을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제어하려는 시도로 간주한다. 남지나해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국가 이익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연설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공세가 전적으로 외적요인에 의해서만 촉발되었다고 치부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의 대외적 공세는 세계금융위기로 강화된 중국의 자신감이 밖으로 표출된 측면이 없지 않다. 중국은 지난 3월 초 중국을 방문한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미국 국무부장관 일행에게 남지나해가 자신의 “핵심 이익”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지나해에 대한 통제권을 추구하겠다는 의도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자 중국의 핵심이익이 계속해서 확대됨을 보여준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중국의 팽창하는 대외적 욕구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아울러 중국의 자신감이 대외정책 상의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천안함 사태의 원인조차 규명하려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조치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유교적 색채를 띤 규범을 국제관계에 도입한 데서도 확인된다. 모두가 서구적 산물로 치부하는 국제규범과 다른 중국의 시각에서 국제관계를 판단하고 처리하겠다는 의도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세계금융위기 이후 증대된 중국의 자신감이 공세적 대외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관측은 그동안 중국의 국제적 지위를 증대시키는 데 기여해온 중국의 실용적이고 유연한 외교가 이제 종식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한 국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협력과 윈윈을 강조하는 실용적인 대외정책을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중국의 실용적 대외정책은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의 일방주의와 현저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동아시아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로 편입되고 있다는 성급한 관측을 초래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 내에 대외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공세는 이러한 관측을 다시 돌아보게 할 뿐 아니라 충분한 국력을 갖추게 되면 중국이 그동안 자제해온 영향력 행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관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내포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공세가 지역 국가들의 대응을 촉발시킴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오히려 수세적인 입장에 처하도록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세적으로 변화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실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온 한국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동남아 국가들 또한 증대되는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형국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여,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의 베트남 영해 출현, ARF 회의에서 나타난 아세안 국가의 중국 비판 동참 등은 모두가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중국의 증대되는 영향력에 대처하려는 아세안 국가들의 의도를 보여준다. 지금의 동아시아는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중국에 대한 기대가 급격하게 제고되었던 지난 10년의 상황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본 원고는 서남포럼의 주된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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