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의 은하수화장품 생산라인. 연합DB
북한에서 수입대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80∼90%가 중국산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북한 내부에서 생산한 상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국산화’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북한의 수입대체 노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4년 신년사에서부터 본격화됐다. 김 위원장은 이 신년사에서 “경공업 공장에서 현대화를 적극 다그치고 원료·자재의 국산화 비중을 높여 생산을 정상화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10월, 1981년 이후 35년 만에 열린 노동자 단체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제7차 대회 참가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어 냄으로써 수입병(病)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버리고 조국의 명예를 빛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료, 설비의 국산화와 생산기술 공정의 현대화를 대담하게 실현하며 사회주의 문명을 최상의 수준에서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국산화를 강조하는 것은 만성적인 외화 부족 속에서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수입대체를 노린 이 같은 국산화 노력은 최근 시장화 경향과 맞물리면서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장화의 진전으로 북한의 전주(錢主; 북한에서는 돈주라고 사용)들이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조업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게 됐다”며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시장의 확대로 판매루트가 확대돼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입대체의 맹아적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활성화해 민간 영역에 화폐자산이 축적되고 식품가공품이나 경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내수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전주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사다가 시장에서 파는 대신 공장을 돌려 직접 생산해 더 많은 이윤을 챙겨가려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 체제 들어 각 기업에 경영권을 보장하는 ‘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하면서 기업들이 전주의 자본을 끌어들여 생산을 하고 제품을 시장에 판매해 이윤을 확보하는 시스템이 정착하는 모양새다.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에 위치한 내고향상점. 연합DB
이렇게 국산화가 속도를 내면서 최근에는 북한이 토종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력을 홍보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스포츠용품인 ‘내고향’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작년 1월 ‘아디다스, 푸마와 경쟁하는 내고향’ 제목의 기사에서 “‘내고향’ 체육용품은 그 질에 있어서 세계의 이름난 상표의 체육용품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계수나무 아래 달나라 토끼가 상표로 새겨진 ‘내고향’ 브랜드는 평양시 문수거리에 전문상점을 열었다. 앞으로 각 지방에도 지점을 열 계획이다.
2015년 6월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 때는 북한 관중들이 ‘내고향’ 상표가 새겨진 붉은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또 북한은 ‘은하수’를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띄우고 있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되는 이 제품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등과 산학협동체계를 구축하고 품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조선의 오늘’은 “평양화장품공장은 은하수화장품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국제지원단체 관계자는 “평양의 상점에 가면 과자 등 가공식품류에서 북한산 제품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일단 맛은 외국제품을 흉내내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벌이고 있는 국산화가 경제적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수입대체를 뛰어넘어 수출이 가능해야 하는데 국제사회 대북제재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용훈 기자 jyh@yna.co.kr
201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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