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인정해야 북한 인권도, 비핵화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박 2일의 한국 방문을 마무리했다. 그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고 북한에 대해 '완전한 파괴'와 '화염과 분노' 등의 단어를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생각했을 때 한국에 와서도 북한을 상대로 한 자극적인 말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다는 그간의 인식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국회 연설에서 대부분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갔다. 그동안 그가 쏟아냈던 발언과 비교했을 때 자극적인 단어는 없었지만, 8일 국회 연설 대부분의 시간을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색적인 비난 대신 북한의 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한다. 최근에는 전 노동 인구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든지 아니면 하루치 휴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는가하면 "부모들은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며 자녀들이 강제 노역에서 구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면서 북한이 아동 노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여성들은 인종적으로 열위에 있다고 간주되는 태아를 강제로 낙태시켜야 한다. 이 아이들이 출생하면 아이들은 신생아 때 살해된다"며 "중국인 아버지를 둔 한 아기는 바구니에 담긴 채 끌려갔다. 경비대는 이 아이의 피가 불순해서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면서 북한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버려진 신문지에 인쇄된 독재자의 사진에 얼룩을 실수로 묻히면 이것이 그 사람의 가족 전체의 사회 신용 등급에 수십 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노동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고문과 기아, 강간, 살인을 견뎌내며 고통받고 있다"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모습이 "역사의 실험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실험의 결과"라면서 북한 체제 존속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러한 이야기를 어디서 확인한 것인지 밝히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사람들은 그의 말 대부분을 진실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는 대통령, 그것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북한 혐오 표출, 북핵 문제 해결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의 주요 내용을 북한 정권의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열거하는 것으로 채우면서 북한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체제'라는 인식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제공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처럼 북한 내부에는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구출해내기 위해 북한의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북한의 정권을 바꾸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핵탄두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고 상당 부분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서 북한을 향한 무력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실제 북한에 지상군을 비롯한 군대를 투입한다면 이는 체제를 지키기 위한 비대칭 전력 확충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결국 두 번째 한국 전쟁을 치르자는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 예상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보수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트럼프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인 한국의 입장 및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리스크 등을 분석해 북한을 군사력으로 초토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결국 외교적 해법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도 외교적인 해결을 강조했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투입을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우선적인 옵션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교적 해결이 최우선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과 같이 북한을 비난하고 북한에 대한 혐오 감정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방적 연설보다는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있는 '외교'라는 싸움에서 상대의 체제와 지도자에 대해 '상종할 가치가 없다'고 못을 박아버린다면 그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려고 할까? 설사 그렇게 하려는 마음이 들다가도 이 연설을 보고 그런 생각을 걷어 차버릴 수도 있다.
또 상대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국내 여론도 중요하다. 북한의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요소만 부각한다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생각한다는 여론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동력을 얻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당신(김정은)이 획득하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며 "하지만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종식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요구한 탄도 미사일과 핵 개발 중단을 위해서라도, 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안타까워했던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라도 일단 북한과 마주 앉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를 해도 좋다는 국내 여론의 뒷받침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혐오 섞인 비판만 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국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일단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점진적인 압박과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이 방법이, 동맹과도 철저하게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지니스적 마인드'에 비춰봤을 때도 전쟁보다 훨씬 '남는 장사'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김종대 의원의 문제제기가 정말 그토록 비난받아야하나- 오히려 혐북(북한 혐오)이 문제 (0) | 2017.11.23 |
---|---|
쌍중단, 한미연합군사훈련, 평창올림픽, 평화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한반도 돌파구... (0) | 2017.11.18 |
[Op-ed] North Korean nuclear challenge and the Moon government strategy (0) | 2017.11.08 |
[연합 마이더스] ‘내고향’ ‘은하수’… 北, 수입 대체 국산화에 총력 (0) | 2017.11.01 |
22일 오전 일부 취재단의 취재에 응한 최선희 국장의 인터뷰 전문(한국어 번역) (0) | 2017.10.2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