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지진 사상투쟁’
입력: 2008년 05월 23일 02:56:52
ㆍ언론이 ‘인민 위한 공산당’ 이미지 심어줘13억명
ㆍ인민·지구촌 화교 하나로 묶어…‘여진’은 계속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22일로 발생한 지 만 열흘을 넘기면서 인명 구조 작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건국 이후 국가 지도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을 처음으로 추모했던 국가 애도기간도 21일로 끝났다.
이번 대지진은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다. 현재까지 4만여명이 숨지고, 3만여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재민은 1000만명을 넘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경제 손실액만 2000억위안(약 26조원)에서 5000억위안(6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가장 큰 관심은 건국 이후 최대 자연재해가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의 발빠른 행보는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1976년 탕산 대지진 때 공식 피해 발표를 3년 뒤에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진 발생 직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직접 현장으로 달려갔다. 인민해방군·무장경찰 11만명은 구조 작업의 최일선에서 매몰자 6400여명을 구출해 ‘인민을 위한 군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국영 CCTV는 생방송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피해 소식을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이데올로기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6일 관영 신화통신과 국영 CCTV를 방문해 사회주의 언론의 사명을 강조한 것을 보면 그렇다. 그는 (지진 보도에 따른) 이번 사상 투쟁이 중국 공산당의 ‘이인위본, 집정위민(인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계속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 때문에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던진 남편의 미담은 발빠르게 전하면서도, 학교 건물 붕괴가 부실 공사 탓이라는 지적이나 구호 작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재민들의 불만은 다루지 않고 있다. 이런 뉴스는 서방 언론을 통해서 전달될 뿐이다.
이번 지진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지진은 중국 국민과 전 세계 화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자원봉사자 6만8000여명이 지진 피해 현장에 달려갔다. 모금액도 사상 최고인 160억위안에 이르고 있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모금액인 3000만위안을 전달한 중국 삼성의 경우 중국 직원들이 별도로 450만위안을 모금하는 등 호응이 뜨겁다.
중국 지도부와 국민들은 이럴 때일수록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해 중국의 위상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기류가 짙다. 지난 3월 티베트 시위 유혈 진압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 성화 봉송 저지 시위 등이 이어지면서 중국은 ‘코너’에 몰려있었다.
그러나 지진 발생을 계기로 국제 사회는 중국에 대한 동정론으로 돌아섰다. 티베트 망명정부마저 지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유족들을 위한 기금 마련에 동참하고 나섰을 정도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티베트인들은 이달 말까지 각국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올림픽을 앞둔 변수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티베트 시위대와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분리 독립 세력은 여진이 끝나는 1개월 이후, 그러니까 6월 말이나 7월 초쯤 또다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방대한 인명 피해와 달리 경제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쓰촨성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2%, 전체 산업 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쓰촨성이 중국 돼지고기 생산의 11.6%, 육류 생산의 9.6%, 곡물 생산의 5.8%를 차지하는 등 최근 들어 물가가 많이 오른 특정 분야의 생산이 많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집을 잃은 이재민 500만명에 대한 주택 건설 등 신규 투자 수요도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곽복선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장은 “이번 지진 피해로 (쓰촨성을 포함하는) 서부 대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GDP를 하향 조정하는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작업이 현실화되면서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이 이뤄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 | 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 내손안의 모바일 경향 “상상” 1223+NATE -
중국의 한미동맹 겨냥 발언, 결코 우연이 아니다" (0) | 2008.06.02 |
---|---|
한중정상회담 관련 기사정리 (0) | 2008.05.29 |
[中 강진] 약점 드러낸 인민해방군…공수·통신역량 미흡 (0) | 2008.05.24 |
한미FTA는 또다른 IMF(스티글리츠) (0) | 2008.05.24 |
미국 쇠고기에 대처하는 한일 양국의 극명한 차이 (0) | 2008.05.24 |
댓글 영역